고(故) 김용균씨 모친, "하나밖에 없는 아이 잃었다!" 환노위 회의실 '외침'

2018-12-27     홍준철 기자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는 26일 조속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씨는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김씨 사망사고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김씨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를 찾아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실 문 앞을 지켰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심사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한노위 고용노동소위는 도급인 책임강화·양벌 규정 등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성과 없이 정회했다. 

김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심사가 공전하자 오후 2시40분께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회의실 복도에서 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정부와 회사로 인해 하나 밖에 없는 아이를 처참하게 잃었다"며 "정부가 한 가정을 처참히 짓밟고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것에 불쾌하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무슨 이유가 됐든 핑계대지 말라. 억울함에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죽은 아이 앞에서 고개를 들고 싶다. 그러려면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와 달라. 살인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왜 회피하고 보고만 있느냐"고도 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오늘 공청회,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합의 할 수 있다는 중간발표를 듣는 순간 그들이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더 아팠다"며 "각 정당의 이해관계 때문에 죽음조차 외면하는 국회 상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 또다시 시간을 끌다 죽음을 막는 법을 무산시킨다면 오늘 직접 눈으로 목격한 국회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행동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 번 이번 임시 국회 내 약속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김씨 등은 이 과정에서 국회 방호직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고, 기자회견은 국회 본관 1층 정론관에서 하도록 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은 회의장에서 10m 가량 떨어진 복도로 이동해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 

환노위원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김씨를 찾아와 위로했다. 여야 교섭단체 합의에 따라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된 그는 "저도 죄인이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 수 있게 해달라"며 김씨에게 의자에 앉아 회의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불안해서 앉아있을 수가 없다"고 거절했다. 그는 "본인 자식들이 두 동강이 나서 죽었으면 이렇게 대처할 것이냐"며 "제발 국민을 굽어 살펴서 본인이 겪는 것처럼 대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고 김용균씨 이모는 "오늘 어느 당에서 왜 이 법을 발목잡고 있는지 꼭 밝히고 싶다.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오후 4시 3당 간사 회동을 했으나 한국당의 공개토론 제안에 이날 합의도 불발됐다. 여야는 다음날 오전 9시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김씨는 "제가 보기에는 시간끌기를 하는 것 같다. 딱 정하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도 "누가 어떤 이유로 법안처리를 끌려고 하는지 확인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추모제 형식이었는데 이번에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상과 사유가 명확하니 추모를 넘어서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균씨 이모 역시 "용균이의 어머니는 이미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는 이 법과 상관이 없다"면서 "오로지 용균이랑 똑같은 친구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당사자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