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동부화재…소송공화국 오명 ‘왜’
“보험사 소송 횡포에 소비자 멍든다”
2010-09-07 이범희 기자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끊임없는 사고 위험에 직면한다.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중 하나가 ‘보험’이다.
대형보험사들도 한 명의 보험계약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발품을 판다. 하지만 유치에 성공한 후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 동부화재가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들 중 보험계약 관련 소송과 금감원 분쟁조정 건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8월 22일 보험소비자연맹(상임부회장 조연행, 이하 보소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분쟁조정건수는 생명보험 5398건, 손해보험 4857건으로 1만255건이 발생했다.
생명보험사 중에는 삼성생명이 985건(18%)로 가장 많았고, 손해보험사 중에는 동부화재가 665건(14%)으로 업계 최고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동부화재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을 빈번하게 제기하고 있어 사고를 당한 소비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말 현재 709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60건의 소송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이 모씨는 경기도 시흥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트럭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역방향으로 차량이 정차한 상황에서 뒤따르던 화물차에 2차 충돌해 현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2차 사고 화물차의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1차 사고에서 사망했을 가능성 있다는 이유로 이씨 사망에 대한 보상책임이 없다면서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차 사고 역시 50%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보소연의 설명이다.
판결례에서도 동부화재의 사망에 기여한 책임이 있으며 보통 판결례는 50%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처리함에도 동부화재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피해 가족과의 마찰이 불가피했다.
삼성생명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 보험을 가입한 장씨는 불면, 우울증 및 정신질환으로 몇 년간 치료를 받던 상태에서 가족 몰래 외출했다가 사망했다. 자동차를 몰다 저수지에 빠져 익사한 것. 이에 삼성생명은 자살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보소연과 피해자 가족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이후 보험금을 지급했다.
보소연 측은 “이는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보험금 지급여부를 판단하는 전형적인 부지급 사례”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 피해 심각해
그렇다면 보험소송이 줄지 않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료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용 소송’을 빈번하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소비자연맹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소송에서 질 경우 보험사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에 패소에 대한 공포감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보험사들이 이 같은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악용해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보험료를 청구하는 소비자에게 ‘법적으로 해결하라'고 엄포를 놓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보험료 지급거절과 무차별 소송으로 힘없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보험 소송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보험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원고 소송이 더욱 문제”라면서 “법에 어둡고 힘이 없는 고객의 경우 보험료 청구 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보험사의 무리한 소송 남발에 대해 금융당국이 힘없는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송현황 공시가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