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農心)이 동심(童心) 울리다

못 믿을 농심제품, 아이들 먹을 게 없다

2010-08-24     우선미 기자

2008년 초 ‘쥐머리 새우깡’ 사건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농심이 그 신뢰를 회복하기도 전에 ‘쌀벌레 새우깡’ 파문을 일으켜 또 다시 궁지에 몰렸다. 이에 소비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네티즌들은 불매 운동까지 벌일 조짐이다. 이 사건으로 무너진 농심의 입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스낵’ 새우깡이 소비자들을 울린 사연을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농심의 대표적인 스낵제품 ‘쌀새우깡’에서 쌀벌레가 나온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의 한 소비자는 “12일 집에서 손님에게 맥주 안주로 쌀새우깡을 드리려고 했는데, 애벌레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내용의 글과 증거 사진을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이 소비자는 또 “농심 측에 이 사실을 알렸더니 ‘제품 공정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환불해 주겠다’”며 “‘새우깡 한 봉지를 보내주겠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제품의 유통기한이 2011년 1월로 표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김모씨(29·여)는 “우리 아이가 새우깡을 좋아해서 종종 사주곤 했다”며 “벌레가 들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앞으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거세지자 농심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밝혔다. 농심은 13일 자사 홈페이지에 ‘쌀새우깡 벌레 및 상담직원 고객응대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농심 측은 이 글을 통해 “저희 제품으로 인해 불편을 드리게 돼 사과드린다”며 “농심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설명 드리고, 고객님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객 상담에 불성실했던 직원 책임을 인정하고 자사의 부주의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또 농심 측은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생명자원연구소에서 얻은 자문을 토대로 “쌀새우깡에서 발견된 애벌레는 화랑곡나방의 애벌레(일명 쌀벌레)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품 위생과 고객응대의 전반사항을 철저히 검토하고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님께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심 관계자도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샘플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문제가 된 애벌레는 새우깡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은 제조 과정이 아니라 유통 또는 보관 과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현재 지자체(마포구) 위생과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며 “검사 결과가 나와야 회수 조치가 들어갈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미흡한 대응 방식,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농심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농심 새우깡과 관련한 유사 사건이 몇 년 사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3월에도 노래방에 유통되는 새우깡에서 생쥐의 머리가 검출된 사건이 일어났었다. 18일 이물질을 처음 발견한 유모씨는 새우깡을 먹다 깜짝 놀랐다. 과자 봉지에서 나온 이물질을 자세히 보니 털이 나 있고 눈과 이빨도 있었다. 바로 쥐의 머리였다. 당시 소비자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부산에 위치한 새우깡 제조 공장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쥐의 머리가 절대로 나올 수 없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했었다. 건물 내부와 외부 바닥에 쥐틀을 설치해 놓았고, 공장 하수구를 통해서도 밖에서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었다. 당시 농심 측은 “제조공정에서 들어간 게 아니라 새우깡의 주원료인 전분조각을 만들 때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발뺌하기 급급했다. 회수조치도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의 제품이 만들어진 것은 2008년 1월 30일, 사건이 발발한 것은 3월 18일, 회수 조치에 들어간 것은 3월 26일이었다.

더군다나 문제의 제품과 같은 날 제조된 새우깡은 모두 3200상자가 넘었지만 회수률은 총 3%에 불과했다.

결국 식약청은 이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제조시설을 개선하라고 명령했고 농심측도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2010년 8월 13일 새우깡에서 또 이물질이 검출된 것.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3일 “쌀새우깡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물 보고를 받고 제조, 유통 과정에서 해당 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소비자들은 “쥐머리, 철사에 이어 이번엔 쌀벌레냐?”며 “도대체 이것이 먹거리인지 쓰레기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먹으라는 말이냐”며 제조사인 농심과 새우깡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더불어 네티즌들은 “이제는 농심을 믿을 수 없다. 먹거리로 장난치는 업체는 똑같은 맛을 봐야한다”며 불매운동까지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농심과 새우깡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식품 이물질 사고 작년의 5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 상반기에 접수된 식품 이물질 보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8건보다 5배 넘게 증가한 4217건이 접수됐다고 3일 밝혔다.

이물의 종류는 벌레가 37.7%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금속(10.2%), 플라스틱(6.6%), 곰팡이(5.0%) 순이었다.

식품별 이물 현황을 보면 면류가 가장 많은 1,097건(26%)이었으며 ▲커피(470건, 11.1%) ▲과자류(402건, 9.5%) ▲빵(떡류 포함)(339건, 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물질 유입 시점은 ▲제조시 307건 ▲유통단계 305건 ▲소비단계 755건 ▲오인 등 기타 621건으로 조사됐으나, 원인을 판단하지 못한 경우도 621건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