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정치 시대’ 진보-보수 대결 ‘격화’

홍준표 ‘홍카콜라’ 자극받아 유시민‧박지원 등 ‘출격’

2018-12-24     박아름 기자

'보수' 장악한 유튜브 판에 "가짜뉴스 거를 때 됐다"며 유시민 등판
'개별 선전' 수준에서 '진영 대결'로 변질, "사회 분열 초래" 우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정치권의 유튜브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보수진영이 장악했던 유튜브 정치에 진보진영의 굵직한 인사들이 합류하면서부터다. 진보진영 인사들은 당초 보수 진영의 유튜브 정치를 두고 가짜 뉴스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들의 눈에 띄는 성장세에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개별 정치인의 의견 게재 수준에서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여의도 유튜브 대전 속 대표 전사(戰士)’들을 들여다봤다.

보수 진영 정치인들이 유튜브 활동에 더욱 활발한 것은 비교적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지상파 방송은 정권 보위 방송으로 전락해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보도해 주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장년층들의 유튜브 이용이 급증한 점도 이들의 활동을 부추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유튜브 정치가 실제 지지층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상당수는 기존 지지층으로 이뤄진다는 분석이 크다.

洪카콜라 시작 21일 만
구독자수 10만 돌파 '이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브 정치의 서막을 알린 인물로 꼽힌다.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는 시작 21일 만(1224일 기준)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홍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 구독자 10만이 넘었고 조회수가 200만이 넘었다한 꼭지 마다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많은 의견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11월 체코 방문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 정치를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성사를 위해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이 영상은 공개되지 얼마 되지 않아 10만8000회 조회 수를 돌파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TV홍카콜라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원칙을 정계 은퇴하는 날까지 이어 가겠다고 밝히며 변화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맞춰 기울어진 언론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정치를 두고 당초 정치권에는 조롱과 비아냥거림이 컸다. 여야는 일제히 가짜뉴스의 온상” “막장 드라마 같은 홍 전 대표 정치 인생의 정수라는 등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한국당에서도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담스러운 기색을 표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유튜브 활동이 진보진영 거물급 인사들을 자극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정치권 개인 방송 '원조' 
유시민 "어용지식인 복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 유 이사장은 지난 1016일 노무현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정계복귀설이 불거졌지만 이를 일축하며 방송 및 언론 활동을 자제해 왔다.

그랬던 그가 어용지식인으로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 난무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추계예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회원의날행사에서 일주일에 한 번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국민 관심이 큰 국가 정책과 이슈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어용지식인 은퇴 비슷하게 했는데 다시 해야 할 거 같다최근에 국민 관심이 큰 국가 정책과 이슈에 대한 보도를 챙겨보면 갑갑하다.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 보도가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등 방송 활동에서 잔뼈가 굵어 보수 진영에서 긴장하는 눈치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61월부터 지난 8월까지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의 패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그에 앞서 유 이사장이 진행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누적 1억 다운로드 수를 넘어선 바 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고() 노회찬 전 의원과 유 이사장, 진중권 교수가 참여한 팟캐스트다.

친여 성향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유튜브 정치 시작을 예고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YTN과 인터뷰에서 유튜브가 대세이고 확실한 프레임인 만큼 자신도 홍카콜라처럼 유튜브를 통해 박지원TV’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튜브에서 정치인들의 이념 대결이 정치적 편향성 심화집단 이기주의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선을 끌고, 진영 간 흑색선전이 난무해 소통이라는 본래 유튜브 정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유튜브 활동이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를 본 지지층 사이 갈등만 심화될 것이다. 지금은 초창기지만 구독자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보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고 사회적 분열 양상이 조장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