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증권사 임원 연쇄 자살
“말 못할 사연있나?” 금융가 자살 괴담 ‘실체’
2010-07-27 우선미 기자
20일 증권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11시 40분경 모 금융CS자산운용 AI본부 이모(42) 본부장이 경기도 용인의 선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가족은 전날 이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로 가닥을 잡았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평소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털어놓곤 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이씨가 자금 문제로 고민하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씨가 선박을 사서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는 선박펀드를 운영하고 있었다”며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업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치밀한 성격대로 펀드 운용을 잘 했고, 판매사와 수익자들과의 관계도 좋아 업무 때문에 자살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즉, 유족의 진술과는 달리 회사 측은 자금 문제에 대해서 부인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서울 서강대교 인근 한강에서 모 투자증권 임원 장모(47)씨가 숨진채 발견됐었다. 담당 경찰 측은 “애널리스트 출신인 장씨가 부동산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2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잠적했었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자살에 무게를 두고 인근 CCTV 자료와 유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했다.
숨진 두 임원이 같은 금융지주회사 소속 계열사여서 해당 지주사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죽음의 원인, 개인적 투자실패 vs 회사 내부 문제?
한 업계 관계자는 “보름새 자살사건이 이어지니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증권업계에선 자살한 두 사람이 같은 우리금융지주 소속 계열사 임원이라는 점에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회사 자금 운용 과정에서 손실을 끼쳤거나 회사 내부 문제와 관련된 것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개인적인 투자 실패’에 따른 자살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증권맨들의 자살 소식은 연례행사처럼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지주사의 임원이 연쇄 자살한 것을 두고 ‘업무 스트레스’를 원인을 내세우는 것은 너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자살을 선택한 대부분 증권맨은 주식을 전담 투자하는 상담사들로서 투자손실에 따른 고객과의 분쟁이 원인이 되어 자살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 두 사람은 부동산과 대체투자를 하는 증권맨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주식투자가 아닌 부동산이나 대체 투자 쪽에서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7월 20일 ‘이 본부장 사무실서 자살’이라는 제목 하에 ‘모 금융CS자산운용 AI본부 모 본부장 사무실서 자살 안타깝군요’라는 글을 올림으로써 ‘이 본부장의 자살에 대해 모 금융CS자산운용이 숨기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