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중견기업 S사 상속 분쟁 ‘내막’
“계모와 형수가 재산 빼돌렸다”
2010-07-27 이범희 기자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보다 유산의 상실을 더 오래 기억한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많은 재산에는 필연적으로 상속 문제가 따른다. 누군가 많은 부를 쌓아놓고 세상을 떠나면 상속자들은 유산을 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싸움을 하게 된다. 상속은 가족들을 의존적이고 이기적으로 만든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막대한 재산 상속을 놓고 한결같이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삼성, 현대, 두산, 한진, 금호, 한화그룹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창업주 2세들 역시 한번씩은 크고 작은 재산 분쟁을 겪었다. 경북에 위치한 중견기업 S사에서도 가족 간에 상속 분쟁을 겪고 있다. 편직기용 바늘을 생산하는 S사는 상시 종업원 수가 470여 명이고 자산규모 500억 원인 대구·경북지역에선 비교적 알려진 중견기업이다. S사를 둘러싼 가족 분쟁사의 내막을 알아본다.
S사가 시끄럽다. 창업주가 사망한 이후 가족 간에 3년동안의 긴 법정소송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주의 차남 S씨 등 5명의 자녀들에 따르면 계모 A씨와 형의 미망인 B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와 B씨가 시동생들을 속여 회사를 편취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했다는 주장이다.
S씨의 부친은 지난 68년 경북 에 S사를 창업해 500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S씨 부친은 회사 지분의 약 98%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창업주 S씨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가족간의 분쟁’이 시작됐다.
창업주 S씨는 지난 1988년 3월 뇌출혈로 개두수술을 받은 뒤, 12년간 치료를 받아오다 2000년 3월에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계모 A씨는 감사를, 형의 미망인 B씨는 전무직을 맡았다. 둘은 창업주 S씨를 대신해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사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가 법인비자금을 조성했고, 창업주가 사망하자 회사를 불법으로 매각했다는 의혹을 S씨가 제기했다. 부친 사망이후 B씨가 대표 이사직을 맡아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S씨는 “미망인 B씨가 직계상속인인 시동생들을 배제시키고 중견업체이자 흑자 회사로 소문난 S사를 상속인들 모르게 조성해 놓은 법인 비자금으로 공동 인수해 편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각 당시 S사는 B씨에서 C씨로 대표이사가 변경된다. C씨는 B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S씨는 “허위로 위장매각을 하기 위해 B씨가 친한 C씨를 대표이사로 앉혔다. 직계 상속자들의 주주총회 절차와 승인 과정도 받지 않고 대표이사를 등재 취임시켰다. 그리고 횡령한 금액으로 위장 매각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무로서 실질적 경영을 맡고 있는 B씨는 법인인감을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A씨는 창업주의 미망인으로서 개인도장을 이용해 개인 은행계좌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횡령이 가능했다는 게 S씨의 주장이다.
이 건은 지난 2007년 대구지방검찰청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횡령 등으로 형사고발이 됐다. 하지만 진실 규명보다 단순하게 ‘친족 상도례 적용 및 친고죄’라는 이유로 고소가 취하됐다. 이에 S씨는 항소를 했다.
S씨는 “S사를 현 대표에게 매각할 당시 큰 형수인 B전무가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고 개인적인 사욕에 눈이 어두워 회사를 매각했다. 또한 상속인들에게는 비자금으로 상속금을 지급해 법인인 주식회사와 주주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인수자금 출처 의혹
또 S씨는 A씨와 B씨, 그리고 회사를 인수한 C씨에 대한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경찰 고위 공무원의 부인으로 S사를 인수할 만큼 자금여력이 없었다. C씨의 남편은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토착비리’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C씨의 남편은 경북 한 기초 자치단체장 출마를 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6개여 월 동안 선거운동원들에게 금품 5700여만 원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사전선거운동과 불법 기부활동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S씨는 “남편이 등기이사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S사의 일부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말도 안된다” 울분
이에 대해 B씨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면부인하고 나섰다.
B씨는 상속분쟁과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고 억측이다. S씨가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가려진 문제를 또 다시 들고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 매각절차와 관련해서도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됐다. 문제가 됐다면 10년이 지난 현재도 사업가로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시동생인 S씨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측의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S씨가 또다시 A씨와 B씨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500억 원대의 회사와 재산을 둘러싼 S사 창업주 가족 간의 ‘유산 전쟁’이 어떤 결과로 끝이 날 것인가에 경북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