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조선호텔베이커리’ 편법 배당 ‘논란’
‘빵’사업 성공 비결은 계열사의 눈물
2010-07-20 우선미 기자
삼성 창업주 故 이병철 전 회장의 막내딸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 일가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호텔 등을 가지고 있는 유통그룹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급성장이 신세계 계열사들의 지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할인점 이마트 등에 입점해 있으며, 타 업체들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실질적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성장배경을 되짚어 본다.
“우리는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루비콘 제과의 경영관이다. 1970년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실업과 빈곤이 증가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이 등장했다.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사회적 기업은 고용창출, 사회서비스 공급, 낙후지역 재생과 같은 부분에서 활동하면서, 양극화와 사회적 배재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재벌 구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재벌들은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세계적 경영흐름과 달리 경영 대물림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재벌 오너의 이익을 위한 기업의 활동으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한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계열사가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이윤을 창출해주기 위해 경영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기업은 조선호텔베이커리. 이 기업은 정유경 부사장이 4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들은 이명희 회장의 딸이자 신세계 부사장인 정유경 부사장이 대주주인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지원하기 위해 이마트와 백화점내 위탁을 통해 판매했다. 또한 위탁판매 수수료 부과도 타업체에 비해 특혜를 줬다.
이 같은 특혜를 통해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매년 10억 원대의 배당과 지분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다.
수수료율 낮춰 얻은 이익 정 부회장 몫
먼저 조선호텔베이커리의 매출의 대부분을 ‘신세계 이마트와 백화점 위탁’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전량에 가까운 제품 판매를 타 계열사에 일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지난해 신세계 등 계열사를 통한 위탁 판매로 올린 수익은 1169억 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액의 94%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동사는 지난 2006년에 이런 방식으로 전체 매출액의 78%를 충당(?)했고, 매년 그 규모는 점점 늘어나 지난해에 94%에 이른 것.
이런 방식의 매출 구조는 이마트나 신세계 백화점 측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호텔베이커리 제품을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부담은 미뤄두고라도 판매 수수료율도 낮춰 주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신세계와 이마트에게 지난해 위탈판매 매출 대비 평균 21.6%의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대형할인 매장 내 조선호텔베이커리의 판매수수료율을 21%~22%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이마트의 위탁 수수료율이 최대 21.8%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신세계 백화점 위탁 수수료율은 21.4%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마트로 흡수 합병된 신세계마트(옛 월마트)가 2007년까지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위탁 판매수수료율을 22.5%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지원하기 위해 대형할인매장 내 위탁판매수수료율을 크게 낮춰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백화점에 입점한 타 점포의 판매수수료율과 차등을 둠으로써 신세계나 이마트 측에서 짐을 지면서 부당지원을 해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신세계의 경우는 더 심하다. 판매수수료율 자체가 들쑥날쑥해 어떤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지 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도별 판매수수료율을 보면 2007년에 15.4%, 2008년에 25%, 2009년에 25% 등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광주신세계를 통해 매년 21억~23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광주신세계 측은 같은 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만으로 수수료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조선호텔베이커리 관계자는 “타기업의 수수료율은 우리가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수수료가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이런 계열사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면서 매년 대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연 평균 순이익의 25%에 달하는 10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당연히 최대주주인 정유경 부사장에 돌아가는 금액도 크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07년 이후 조선호텔베이커리로부터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4억여 원의 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2005년에 모기업인 조선호텔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당시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은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지분 80만 주(전체 지분의 40%)를 63억8000만 원(1주당 7976원)에 매입했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지난 2006년 조선호텔과 분할된 이후 매년 평균 60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867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인 1년 만에 1229억 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이후 2008년에는 1342억 원, 2009년에는 1366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개혁연대, 편법적 부 증식에 의혹 제기
영업이익은 2006년과 2007년에 각 각 62억 원, 63억 원으로 기록했고, 2008년에는 64억 원, 2009년에는 49억 원으로 매년 평균 60억여 원대의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매년 발간하는 ‘회사 기회의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신세계 오너 일가가 편법적인 사업 방식으로 부의 상속 기회를 실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신세계, 후계 구도 안정화에 주력
최근 들어 신세계 그룹의 지분 승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신세계 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을 총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이 났다. 이로써 재산 분할과 후계 구도에 방향이 정해졌다.
신세계는 지난 2006년부터 정용진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를 추진해 왔다. 사촌인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물의를 빚은데 반해, 신세계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증여세 1조 원’ 납부 의사를 밝히며 정면 돌파를 선택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당시 정재은(71) 명예회장은 정용진 씨와 정유경 씨에게 자신의 지분 7.82%를 전량 증여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종전 지분율 4.86%에서 9.32%로, 정 부사장은 0.66%에서 4.03%로 늘릴 수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이 증여받은 주식은 증여일 당시 신세계 주가(46만6000원) 기준으로 7000억 원 이상이다.
향후 이명희 회장의 지분을 두 자녀에게 증여하게 된다면, 증여세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명가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등 5개 상장사와 조선호텔, 신세계인터내셔날,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훼밀리푸드, 신세계의정부역사, 조선호텔베이커리, 신세계철시 등 9개 비상장사 등 총 14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