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SK, 발목 잡히나?”

중국 사업 진출전부터 ‘삐거덕’

2010-07-13     이범희 기자
SK(회장 최태원)가 중국에서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인 SK네트윅스의 중국통합 법인인 SK차이나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소송에 휘말렸다. 중국 인민법원에 따르면 “선전 커파이실업유한공사(COPAIS)가 최근 한국 SK네트웍스가 자신들과 맺은 상호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이유로 SK네트웍스를 상대로 정식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커파이공사 측은 또 앞으로 SK네트워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난 수년간 커파이 측이 입은 5억~6억 위안(한화 900억 원~1080억 원)에 이르는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 일부 언론들이 이번 소송을 ‘중국내 사치품시장을 둘러싼 중국 민족자본 대 다국적 외자기업간의 대립 차원’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어 향후 전개 과정이 주목된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중국 진출에 큰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올해 들어 중국 진출 나들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중국과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SK네트윅스의 경우 중국통합 법인인 SK차이나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소송에 휘말려 기업이미지의 불신이 불가피 하다.

중국 내 악의적인 여론 확산으로 인해 SK의 중국 진출이 쉽지 않을 전망도 나온다.

중국 남방도시보는 지난 7월 6일 보도에서 “최근 2년여 동안 국제 유명의류브랜드 회사와 국내 대리상간의 계약해지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면서 “중국내 유명 의류브랜드 전문 운영회사인 커파이(COPAIS)가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하는 SK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한 “해외 유명 고급 브랜드들이 중국내 판매루트나 중국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내 대리상들과 먼저 계약을 맺었다가, 일정기간 뒤에는 대리권을 회수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커파이(COPAIS)유한회사 역시 중국 언론들을 상대로 이번 소송이 중국내 ‘고급사치품 시장을 둘러싼 다국적 기업과 민족자본 간의 힘겨루기’차원으로 여론을 조성해 나가고 있어 SK가 중국내 악의적 비난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다.

이번 분쟁을 거대 다국적기업이 중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중국내 중소규모 대리상을 활용했다가 버리는 일종의 다국적 기업 시장진출 전략차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중국내 여론 부정적…부담 가중

그렇다면 이번 소송이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SK네트윅스가 ‘KANG JINYOUN G’ 브랜드를 인수하게 되면서 커파이와 맺은 계약 내용도 승계하게 됐지만, SK네트윅스는 ‘신규점포 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7월 1일자로 커파이 측과의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선전 커파이 실업유한공사는 지난 2005년 6월 중국 사업을 시작한 한국의 고급 여성의류 브랜드 ‘KANG JINYOUNG’ 측과 향후 8년간의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내용에는 8년간의 합작계약기간동안 커파이 회사가 50개의 신규점포를 개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협약은 깨졌고, 커파이 측은 “SK측이 고의로 시간을 끌면서 43개 점포에 대한 개점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SK차이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커파이 측이 충분한 시장조사 없이 무리하게 건수채우기식으로 점포개점을 요구했다”며 “주변 시장조사결과 가능성이 없는 점포는 개점을 거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커파이 측과의 계약 내용에 따르면 “양자 간 이견이 발생했을 경우 싱가포르 법률에 따라 분쟁을 처리하기로 돼 있음에도 커파이회사가 중국 안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계약위반”이라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