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 임직원 자사주 매입 속내

재무적 압박? 경영안배 차원?

2010-07-06     이범희 기자

하이트 진로그룹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임원들의 회사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한편 회사의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한 목적과 지분의 과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 기반을 다지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도 마찬가지다.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지분을 모으고, 그 지분을 통해 경영안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 잡음이 들린다. 지분을 모으는 이유가 경영권 안배의 순수목적이 아니라는 것. 일각에선 이번 자사주 매입은 재무적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진로 주식을 매입했던 리얼디더블유의 풋옵션 만기가 7월 19일 도래하기 때문. 이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말도 안된다. 저평가된 주식을 임원들이 매입하는 것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진로의 주가매입이 증권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그 배경에 업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진로는 지난 5월 20일부터 20여명의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6월 25일까지 20여명의 임원이 진로주식을 매수했다. 진로는 자사주 7만9780주, 0.19%를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61.43%에서 61.62%로 증가했다고 지난 6월 25일 공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윤종웅 진로 사장이 지난 6월 1일 300주를 매입한 것을 포함해 총 1000주를 매입했고, 하진홍 하이트맥주 생산담당 사장 겸 진로 이사가 700주, 이영진 진로 부사장은 400주를 매입했다. (6월 25일 기준)

계열사 임원들의 동참도 눈에 띈다. 김지현 하이트맥주 사장은 지난 5월 20일, 24일, 25일 3일 동안 총 1만2510주를 매입했다.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은 4천600부, 최광준 석수와퓨리스 대표는 1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하이트맥주와 석수와퓨리스는 진로와 같은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다.

이밖에도 이민웅 임원이 300주, 김평환 임원 204주, 이한종·이인우 임원이 각각 200주, 심원보 임원 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그룹 측은 “경영진들은 최근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보고 경영진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근 집중적으로 자사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이 회사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한편, 회사의 성장성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릴레이 자사주 매입 의혹

하지만 증권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진로그룹의 재무적 압박 때문에 윤 사장과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것. 이는 진로 주식을 매입했던 리얼디더블유의 풋옵션 만기가 7월 19일 도래하기 때문이다. 풋 옵션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가가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주식 매입자가 매수자에게 미리 정한 가격으로 특정 시점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때문에 오는 19일까지 일정 주가에 밑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임직원들이 나서서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진로는 지난 4월 수협중앙회가 비슷한 방식의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신협중앙회가 보유했던 진로 주식 110만주를 주당 5만3867원에 되사기 위해 597억 원을 투입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현금을 쏟아 부으며 주가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하이트진로그룹이 지난 2005년 3조4000억 원에 진로를 인수한 이후 재무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이번 풋 옵션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자사주를 임원들이 매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오는 19일의 풋 옵션이 하이트진로그룹에 어떻게 적용될지에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