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G, 구본무 회장 진땀 흘리는 사연

IT호황속에서도 연일 주가 하락 왜?

2010-06-29     이범희 기자
경영자의 자질은 ‘경영실적’에 따라 판단된다. 특히 경영실적이 회사의 존폐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특히 주가의 영향을 미치고 곧바로 이 주가가 경영실적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IT분야에서 맥을 못추는 기업이 있다. 바로 LG이다. LG전자는 2009년 3월 초, KOSPI시장이 저점을 찍고 상승하던 시기, 외국인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종목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09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가 올해 1분기에는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남유럽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6월 이후에는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구본무 회장과 남용 부회장이 독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한 경영자질론이 또 한번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LG전자가 IT분야에서 역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 본다.

LG전자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그것도 호황을 누리는 IT업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구 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컨센서스 미팅에서 독대를 가졌지만, 돌파구를 찾기는 여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컨센서스 미팅은 구 회장이 LG 계열사 최고경영진을 1대1로 만나 중장기 전략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보고받는 자리다.

LG전자는 2009년 3월 초, KOSPI시장이 저점을 찍고 상승하던 시기, 외국인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종목 중 하나였다. 2009년 2분기와 3분기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전, TV, 휴대전화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권 업체들을 위협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2009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가 올해 1분기에는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남유럽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6월 이후에는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사실 휴대폰과 TV 사업부문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LG전자의 성장축이었다. 휴대폰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도 탄탄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재편된 국내외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이 이전 같지가 않다.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불과 몇 개월만에 10%나 추락했다. LG전자의 이름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업체순위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또한 지난 2010년 2월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탁기 분야에서 부품 문제로 105만대에 이르는 드럼세탁기를 리콜 해야 했다.

뿐만 아니다. 국내 모 할인마트에서 PC제품을 대판하던 신우데이타와 불공정거래 및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1차 하청업체였던 미래지원으로부터는 LG전자의 수장인 남용 부회장이 특수절도협의로 형사고발 당해 있는 상태다. LG전자를 둘러싼 SCM 전반에 균열 및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구조적 문제 지적되기도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LG그룹 내외부 곳곳에서 LG전자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읽는 거시적 안목이 없다는 지적이다. 외부 개인투자자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 LG전자 주가가 10만 원 선이 무너진 이후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해 이 종목에 집중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달부터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을 기대하며 LG전자를 1조 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주가는 2분기 실적 우려 속에 1년 신저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6월 22일 1.55% 하락한 9만54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흘째 떨어졌다. 지난 8일 주가 10만원 선이 14개월 만에 깨진 이후에도 약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장윤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주가 저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2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LG전자 핵심사업 분야의 부진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남용 부회장의 위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회사 측은 근거 없는 루머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빠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글로벌 전자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조직에 대한 대수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