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삼성탈레스VS LIG넥스원 ‘TMMR수주전쟁’1탄

“삼성이 4조원대 국방사업을 스톱시켰다”

2010-06-29     우선미 기자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4조3000억 원대 전술정보통신체계(TICN,Tactical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Network)사업이 중단 위기다. 지난 4월 6일, 삼성탈레스(이하 삼성)이 국가, 방위사업청(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을 상대로 육해공군이 쓰는 무선장비 현대화 사업의 입찰 절차를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에서 받아들여졌다. 삼성은 지난 연말 방위사업청이 TICN 사업 중 규모가 제일 큰 군용무전기 교체사업(TMMR)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자사를 제쳐 놓고 2위였던 LIG넥스원(이하 LIG)을 우선사업 대상자로 밀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2020년까지 음성·영상·데이터까지 송수신하는 첨단 통신시스템을 군전체에 보급하는 TICN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차세대 국방사업에 핵심이 될 TMMR사업과 관련 삼성과 LIG의 보이지 않은 뜨거운 수주전쟁을 알아본다.

세계는 지금 통신전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 삼성, LG, 노키아, 모토로라 등 다국적 기업들이 통신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누가 시장을 점유하느냐에 기업의 사활이 걸린 만큼 경쟁이 뜨겁다.

일반 통신시장 만큼이나 군사목적 전술정보통신체계(TICN)개발과 관련 경쟁도 치열하다. TICN은 네트워크 중심전(NCW:Network Centric Warfire)으로 펼쳐지는 미래전쟁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전술용 다대역 다기능 무전기(TMMR, Tactical Multiband Multirole Radio)개발 사업은 TICN사업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LIG가 TMMR사업 수주를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치며, 법정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월 4일,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TICN사업의 우선입찰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재평가가 있었다며 국가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상대로 ‘입찰절차의 속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지난 2009년말 방위사업청이 TICN 사업 중 규모가 제일 큰 군용무전기 교체사업(TMMR)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자사를 제쳐 놓고 2위였던 LIG넥스원을 우선사업 대상자로 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가 4월 6일, 삼성이 낸 입찰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업이 전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삼성과 LIG의 싸움은 치열

현재 삼성과 LIG, 휴니드 테크놀러지스 등 3사는 TICN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3개사 외에도 TICN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이 다수이며, 수주를 위해 국내외 로비스트로 수 십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 세계가 군비 강화를 위해 전술정보통신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9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전술정보통신 도입을 추진했다.

1세대인 SPIDER체계와 2세대인 TICN체계를 삼성이 주도했다. 그리고 LIG와 휴니드 테크놀러지스는 일부 물품공급을 했다. 하지만 3세대에 해당하는 TMMR사업(추진중)엔 LIG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LIG는 2005년 10월 ‘전술용 다대역 다기능 무전기(TMMR)'제안서를 제출,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7년 8월 시제업체로 선정이 확정되어 그해 11월 계약을 체결했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 하에 2008년 AM-FM 크로스밴딩기술 등 최첨단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독자 탐색개발에 성공했다. 그해 12월에는 ADD(국가)의 기술시험 및 육군의 운용성 시험에 합격했다. 이를 위해 국가 예산 33억 원과 LIG의 자체자금 110억원 등 143억원이 투입됐다. 인원도 106명이 참여했다.

LIG의 TMMR은 세계적 수준의 미국의 통합전술무선시스템(JTRS: Joint Tactical Radio System)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LIG는 인도네시아 등에 무전기를 수출하면서 축적해 온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TMMR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수출협상 중에 있고, 여러 정부로부터 수출 예비 승인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LIG의 사업 추진 여부는 삼성의 참여로 불투명하다. 삼성은 1세대 SPIDER과 2세대 TICN사업 등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를내세우며, TMMR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방산기업인 삼성으로선 TMMR사업은 놓치기 힘든, 기업사활이 달린 생존본능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LIG는 2009년 10월, 체계 개발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다. 하지만 LIG는 입찰업체 선정 발표를 앞둔 하루 전날인 10월 29일, 삼성이 유효기간이 지난 ‘국제기준 S/W 공학 품질보증(이하 CMMI 레벨4)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 제시했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LIG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유효기관이 지난 CMMI 레벨4인증서를 제시해 부당하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평가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한 뒤 “경쟁사의 제안서에는 현실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내용이 제시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의 평가검증위원회는 LIG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은 LIG와 다른 주장을 한다.

삼성의 관계자는 “재평가 기준인 Roc의 45개 항목 중 CMMI 관련 항목은 단 한 개뿐이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은 CMMI 관련 항목을 11개로 늘려 재심사를 실시한 것은 잘못이다. 일반적으로 상·중·하로 감점한다. 그런대 0점부터 -0.6점까지 등급을 나눠 감점을 하게 했다”면서 “이는 고의적으로 삼성탈레스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제안서 ‘이력 사항’란에 CMMI 레벨4 보유라고 적은 것은 말 그대로 ‘이력 사항’을 쓴 것뿐이다. 그 동안 보유했던 내용을 쓴 것이다. 실제 2009년도에 레벨5를 획득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과 LIG는 CMMI 레벨5를 보유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 측은 LIG와 방위사업청과의 숨겨진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의 관계자는 “제안서는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공개되면 안 된다. LIG 측이 어떻게 그 내용(CMMI 레벨4 보유)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면서 “누군가가 LIG에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이에 LIG 측은 “CMMI 항목은 ‘2009년 초, 장보고-III 전투체계 사업에도 이미 도입됐다. 그 사업은 삼성탈레스가 수주했다”면서 “방위사업청이 검증 및 재평가를 거친 것 자체만 봐도 삼성이 제출한 자료에 허위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과 LIG의 입장은 팽팽하게 엇갈린다.

LIG 측은 자신들이 2005년 제안해 2007년 시행업체로 선정돼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2008년 완성된 TMMR체계 개발 사업에 삼성이 뒤늦게 뛰어들어 사업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IG의 관계자는 “방위사업 역사상 탐색개발에서 체계개발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업체가 바뀐 적은 단 한 건도 없다. TMMR체계 개발 사업을 입찰로 선정하려는 의도가 궁금하고, 뒤늦게 사업체를 바꾸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업체와 사업주체간의 뭔가 모종의 거래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LIG는 TMMR 탐색개발에 성공했다. 제안가격 역시 적절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상의 개발 계획서만 제출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입찰이 진행되는 것은 뭔가 의심할 구석이 있다는 게 방산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실제 그 동안 탐색개발에서 체계개발로 단계를 전환할 때에 업체가 바뀐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은 다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TMMR 의 체계 개발을 우리가 먼저 했다. 2007년에서야 LIG넥스원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삼성탈레스가 TMMR 사업진행시 본래 1조3000억 원이 드는 개발 비용을 3000억 원 내로 절감할 수 있다. 5개 기재 중요 부품을 모두 모듈화 할 계획이다. 이로서 기간이 단축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절감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IG의 관계자는 “삼성이 TMMR 체계 개발 사업을 맡게 되면 고난이도 기술에 대한 신규 개발요소로 인해 개발기간이 연장되고 전력화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며 “LIG넥스원과 정부는 TMMR 개발을 위해 긴 시간과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삼성탈레스가 사업체로 선정되면 처음부터 다시 개발 단계를 밟아야 할 것이다. 개발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기에 이는 국가적으로도 중복 투자”라고 말했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방위사업청의 ‘TMMR 체계 개발사업자’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평가위원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고 실사도 없이 서류만으로 평가한 ‘졸속평가’가 결국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업체 선정·평가 문제 제기

일반 특허 제품을 인증할 때도 변리사라는 평가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TMMR 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TMMR 평가에서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의 다른 사업들과 달리 기술력 평가 비중이 작아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손해를 봤다. 잘 꾸며진 제안서와 사업제안서 만으로 사업을 따낼 수 있는 입찰 방식이었다. 이런 입찰은 말도 안 되는 졸속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ㄱ대학의 전자공학과 이 모(54) 교수는 “방위사업에서 ‘실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I·T기술에서 ‘입증’ 과정은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LIG넥스원을 둘러싼 검찰 내부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LIG넥스원 전 대표이사가 자살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검찰 조사가 경쟁업체의 제보 등으로 시작된 것이란 말이 흘러나왔지만, 검찰은 “경쟁업체와는 관계없고, 자체첩보에 의한 수사”라고 밝힌 바 있다. 양사의 TMMR사업권을 둘러싼 갈등은 일파만파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많은 의혹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