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어윤대 내정자 ‘향방’
관치주의 잠재우고 KB장악 관건
2010-06-22 이범희 기자
KB금융지주가 9개월 만에 새 사령탑을 얻게 됐다.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6월 15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90분간의 인터뷰를 통해 이사진들의 만장일치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그는 오는 7월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취임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KB금융지주 내부에선 ‘외압설’, ‘특정후보 내정설’이 난무하고, 9개월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풀더라도 노조와의 마찰과 MB와의 친분이 그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있다. 때문에 9개월 만에 선임된 회장자리가 또 다시 공석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어 내정자의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외압설’, ‘특정후보 내정설’이 난무하는 등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는 KB금융지주에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17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회추위에서 추천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이사후보로 주주총회에 부의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어 회장 내정자는 오는 7월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며, 이어 개최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다. 때문에 내부에서도 그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이는 그동안 훼손된 KB금융그룹의 위상과 자존심은 물론 향후 은행권 재편의 핵으로 부상하기 때문에 어 회장 내정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9개월간의 회장직 공석으로 인해 현재 금융권의 신사업이 필요한 시점에서도 한 발 물러있었기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산은지주사 출범 및 기업공개 예정 등 급변하는 경쟁구도에서 KB금융지주의 성공적 M&A 전략이 생존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야만 한다.
이는 관치로 얼룩진 KB금융지주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금융당국과 KB금융지주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은 물론 일반인들조차 ‘KB=관치’라는 이미지가 선명하다. 어 회장 내정자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인해 선임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른 조직원들의 자괴감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회추위 투표과정에서 금융당국 유력 인사가 청와대의 뜻인 것처럼 회추위위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 이어, “청와대에서 압력을 행사한 해당 인사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KB 전현직 임원 누가 모 유력후보에게 줄 대기를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금융권 최고위급 인사가 모 후보 캠프에 합류해 ‘권토중래’를 노린다더라”식의 소문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증권사와 카드 등 비은행 부문 강화도 시급하고 무엇보다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권 M&A에 높은 관심 보여
그렇다고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리딩뱅크인데다 그 위엄 또한 대단한 기업이기에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어 회장 내정자가 은행 M&A에 강한 자신감을 비추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어 회장 내정자는 이미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KB금융지주를 장악하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그동안의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차기 국민은행장과 KB금융지주 사장 자리를 누가 꿰찰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에서는 내부 승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섣부른 내부인사 기용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장 및 KB금융지주 사장은 실질적으로 KB금융지주 회장이 결정하게 되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것. 현재 국민은행장 후보로는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심형구 신탁연금그룹 부행장, 김옥찬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연근 전 KB데이터시스템 사장, 이달수 KB데이터시스템 사장 등 전직 부행장 출신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주사 사장 후보로는 김동원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인규 전략담당 부사장, 남경우 KB금융아카데미 원장,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금융노조, 어윤대 ‘메가뱅크론’ 비판 주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의 ‘메가뱅크론’에 제동을 걸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노조는 지난 6월 17일 성명을 통해 “메가뱅크는 어 회장 내정자 개인의 희망사항일 뿐 시장에서는 이미 인수합병을 통한 금융기관 대형화에 대해 거부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 회장 내정자가 “KB금융지주를 세계 50위권에 들도록 경쟁력 있는 메가뱅크로 키우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비춘데 대한 비판이다.
금융노조는 메가뱅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형화에 따른 시너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자본의 비효율을 초래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오히려 은행들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