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연재-CEO 브랜딩 제 16 탄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삼성전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
2010-06-15 이범희 기자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선견력·통찰력이죠. 앞을 내다보고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같은 불황기일수록 사람을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그에 대비할 자원은 사람과 기술밖에 없고, 기술을 혁신하는 주체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사의 발전은 도구의 발명과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 도구를 만들어내고 기술을 혁신하는 것도 사람이에요. 경영의 주체가 사람이듯이. 오늘 잘하지 못하면 내일이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오늘 잘하려면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모든 방법을 찾아내 혁신을 해야 합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의 정점이 바로 CEO다. CEO는 무엇을 해야 하나.
“CEO는 발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또 희생을 감내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혁신을 하면 반드시 희생이 따릅니다. 그 희생이 겁나 혁신을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변화와 혁신은 무엇보다 과감해야 합니다. 하나 더, 문제와 답은 모두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경영이 필요한 까닭이죠. 사무실에 앉아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특히 위기일 땐 현장에 붙어살다시피 해야 합니다.”
윤종용 전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1966년 초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2008년 5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18년 동안 삼성CEO를 지냈다. 80년대 말 잠시 삼성을 떠났지만 40여 년째 삼성에 근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삼성맨이다.
더욱이 그는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12월 미국 하버드대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CEO로 애플의 스트브 잡스에 이어 윤종용을 2위로 선정했다. 윤종용의 비결은 뭘까. 정작 본인은 ‘윤종용 리더십’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운이 좋았습니다. 젊어서는 저도 참 많이 챙기고, 따지고 그랬어요. 내가 다 알고, 내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직책이 높아지고 하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을 키워서 맡기고 자율적으로 일하게 했죠. 그랬더니 휠씬 일을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맡기게 됐습니다. 또 당사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젊어서는 남의 이야기를 잘 안 듣는다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CEO가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지려면 믿고 맡겨야 합니다.”
한마디로 ‘위임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아랫사람들에게 권한이양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많이 들어야 할뿐더러 많이 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 제대로 배워 소니 추월
윤 전 부회장은 한국의 간판 전문 경영인임은 틀림없다. 그는 삼성전자 CEO 시절 직원 교육용으로 ‘초일류를 가는 생각’이라는 책을 썼다. 두 권으로 만들어진 이 책엔 각각 ‘역사와 미래’, ‘경영과 혁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CEO윤종용’의 관심이 커버리지랄까, 지평을 보여주는 키워드인 셈이다.
또한 그는 CEO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야를 불문하고 리더와 전문가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두 가지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전반적인 역사죠. 북한이 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는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내다 볼 수 있죠. 또 하나,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CEO라면 1415년 시작된 포르투칼의 대항시대, 그보다 앞선 명나라 영락제의 대항해도 알고, 두 항해의 목적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야 합니다. 1776년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약 50년 주기로 산업이 변천한 것도 알아야죠. 이런 역사적 사건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이 중요합니다.”
윤 전 부회장에게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을 구했다. 그는 “청년 실업이 국가적으로 인력이 사장되는 문제를 낳았다”고 개탄했다.
“젊은 세대에게 중소기업에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 회사도 키우고 스스로도 성장하라는 겁니다. 중소기업하는 분들에게도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인재를 키우라고 합니다. 대우도 잘해주고 근무환경도 좋게 만들어야죠.”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저자:이필재)]
#윤종용의 HOW to Brand
▶ 거시적 안목을 키워라.
단기적으로 과실을 딸 수 있는 묘목같은 사업도 있고 장기적으로 주력사업으로 키워야 할 씨앗같은 사업도 있다. CEO라면 거목이 될 씨앗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윤 전 부회장은 IMF체제 당시 가전, 디지털 미디어, 정보통신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버리고 돈 되는 반도체에 집중하라는 외국인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1~2년 앞만 보는 투자자와 달리 경영자는 5~1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메모를 활용하라.
단순히 잊지 않기 위한 기록 말고, 언제 다시 봐도 해당사안의 핵심을 떠 올릴 수 있도록 메모하라. 윤 전 부회장은 거의 메모광이다. 아이디어가 떠 오르거나 기억할 것이 있으면 곧바로 메모를 한다. 그룹에서 회사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그가 작성한 메모를 활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작은 수첩을 꺼내 평소 메모한 통계를 보고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