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단점 드러나

한국얀센, 거품 빠진 조루증 치료제 ‘논란’

2010-06-22     우선미 기자

‘남성 전성시대’를 열었던 한국얀센(대표이사 최태홍)의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의 입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비아그라’로 불리며, 출시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프릴리지의 단점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과 일회적인 효능, 반짝 마케팅 등 줄줄이 그 실정이 드러나고 있다. ‘거품’으로 가득찬 ‘프릴리지의 핑크빛 꿈’을 집중 해부해 본다.

2009년 10월 출시된 프릴리지는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신약 출시는 가뭄의 콩 나듯 했기 때문에 이런 관심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나온 약이라고 해봤자, 적응증을 추가하거나 기존 성분들을 합쳐 놓았을 뿐 혹은 오리지널 약품을 카피한 복제품 정도. 때문에 당시 ‘신약 개발’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1/3이 조루증을 가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과거 남성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는 ‘발기부전’과 ‘조루’였다. 때문에 당시 일각에서는 ‘발기부전’이 종래 심장약이었던 ‘화이자’의 비아그라로 해결됐다면, 숙제로 남겨진 ‘조루’에 대해서는 ‘프릴리지’가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비아그라와 비슷하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비아그라는 혈압약으로, 프릴리지는 우울증약으로 출발했다는 점, 가격이 30mg 한 정에 1만4000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이라는 점, 효과 발생 1시간 전에 먹어야 한다는 점, 경구 투여하는 방식 등이 닮았다.

‘제2의 비아그라’로 불리며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도 비슷하다. 출시 100일 만에 7만여 명이 프릴리지 처방을 받았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프릴리지는 출시 100여 일 만에 35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복용 전 0.9분이던(전세계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의 결과) 평균 사정 도달 시간이 복용 후 3.5분으로 약 3.8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소비자들의 기대를 더욱 부풀게 했다. 일각에서는 ‘프릴리지로 인해 본인과 배우자의 만족도를 높여 이혼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최근 프릴리지 신드롬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점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서 인상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프릴리지는 올 1분기 9만여 정, 금액으로는 11억 원 어치가 팔렸다. 이는 25만여 정(33억 원) 정도를 팔았던 출시 첫 분기(2009년 4분기)에 비해 65%나 떨어진 실적이다. 이런 급격한 프릴리지의 추락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꼽는다. 현재 프릴리지는 30mg짜리 한 정에 1만4000~1만5000원. 60m짜리 한 정은 2만4000~2만6000원에 팔리고 있다. 게다가 3알씩 포장돼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료비를 제외하고, 최소 4만여 원에서 8만여 원이 드는 셈이다.

또 일각에서는 프릴리지가 ‘일시적’인 개선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프릴리지는 성관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약7~8시간 동안 그 효과가 지속된다. 때문에 지속적인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은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비뇨기과 의사는 “가격이 비싸 환자들에게 선뜻 권하기가 싶지가 않다”며 “실제로 가격 때문에 복용을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 프릴리지의 유통구조가 미흡하다는 것도 흠이다. 출시 당시 한국얀센은 “조루증 환자가 발기부전 환자에 비해 2배나 많다는 점을 상기하면 시장은 2배 규모가 될 것”이라며 “시장규모를 최소 1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그 후 한국얀센은 ‘반짝 마케팅’에 돌입했다. A비뇨기과 의사는 “처음 프릴리지가 출시되었던 때에 비하면 환자들의 관심도는 크게 떨어졌다”며 “약품은 지속적인 마케팅이 중요하다. 질병이 한 순간에 낫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의 입지’가 중요한데 한국얀센은 너무 단기 효과만 누린 부분이 매출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얀센이 종래 비뇨기과 계열 약품의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비뇨기과 대상 영업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제약이 이번에는 조루약을 개발하며 한국얀센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조루증 치료제 ‘DA-8031'의 임상 1상 실험 승인을 받으면서 무서운 속도로 프릴리지를 뒤따라 오고 있다. 실제로 약을 처방하는 비뇨기과 개원의들은 동아제약의 조루치료제가 출시된다면, 프릴리지에 확실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김모씨(44)는 “가격이 프릴리지에 비해 싸다면 동아제약의 약품을 사용해 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일각에서는 프릴리지가 비아그라의 후속 주자로 나왔다는 사실도 매출 감소에 한 몫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아그라는 ‘없던 약’이 생긴 것이라 그 파장이 컸지만, 조루는 다른 치료제, 수술법 등 선택의 폭이 넓어 프릴리지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폭이 그다지 넓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프릴리지의 국내 출시는 세계에서 두 번째이기에, 충분한 임상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남성 치료제 제품명에 숨은 ‘깊은 뜻’

남성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의 심리를 겨냥한 감성적인 브랜드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약품 성분이나 질환 등 어려운 네이밍이 아닌 제품의 상징과 의미를 내세운 스토리텔링식 네이밍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Priligy)는 프리빌리지(Privilege)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프리빌리지는 특권이라는 뜻도 있지만, 선거권처럼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뜻하기도 한다.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프릴리지를 통해 모두에게 되돌려주자는 염원이 담긴 이름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발기부전치료제의 대표자로 군림하고 있는 화이자의 비아그라(Viagra)는 필리핀 토속어로 타갈로그어의 ‘고환’의 복수형 ‘바이그’의 복수형인 ‘비아그라’에서 비롯됐다. 혹은 ‘정력이 왕성한’이란 뜻의 ‘Vigorous'와 물줄기의 상징 나이아가라 폭포의 ’Niagara'의 합성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동아제약의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Zydena)는 ‘연인의, 결혼의’라는 뜻의 라티어 ‘Zigius’와 ‘해결사’의 ‘Denodo’가 합쳐진 조어로, 중년·갱년기 부부의 성생활 문제의 해결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