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대리전쟁 “승자는 누구?”
삼성 이부진 vs 롯데 신영자
2010-06-22 이범희 기자
삼성이 롯데에 한판 싸움을 걸었다. 삼성그룹의 신라호텔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인천공항 내 AK면세점의 영업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6월 11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것. 이로써 면세점 업계의 양대 산맥인 롯데와 삼성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을 대표하는 선수는 신라면세점의 경영을 맡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롯데면세점의 경영을 맡고 있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다. 이들은 삼성과 롯데의 오너 딸이다. 양 재벌가를 대표하는 이들의 싸움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재계의 자존심을 내건 승부인 만큼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재벌 2·3세의 라이벌 대결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이부진, 신영자의 자존심 내건 ‘영종도 대란’도 그렇다. ‘영종도 대란’을 집중 취재한다.
삼성과 롯데는 영남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또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과 롯데의 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영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이들의 경쟁대결은 유통기업인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싸움에서 시작됐다. 이병철 회장의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신격호 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사장이 유통전쟁을 펼쳤다. 이후 신세계와 롯데의 싸움은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총괄대표이사와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으로 이어졌다. 승부가 나지 않은 용호상박을 계속 해 왔다.
최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공항 면세점의 화장품 판매권을 놓고 삼성과 롯데가 또 다시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11일 삼성그룹의 신라호텔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인천공항 내 AK면세점의 영업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것. 이로써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롯데면세점의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한 판 대결이 예상된다.
자존심 흠집날까 ‘노심초사’
신라면세점은 가처분 신청에서 2007년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면세사업자 입찰 조건으로 내건 ‘동일 그룹 계열사의 중복 입찰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때문에 법정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는 지난해 12월 롯데면세점이 애경면세점을 인수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이 애경면세점(AK) 지분 81%를 800억 원에 사들인 뒤 회사명을 롯데DF글로벌로 바꾸고 기존 애경면세점에서 판매 영업하던 화장품 매장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부터다.
신라면세점은 이를 두고 “롯데DF글로벌의 최대 주주가 롯데인 만큼 사실상 같은 그룹의 2개 사업자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사업을 벌이는 셈"이라며 “이는 담합을 막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동일 기업 집단에 복수의 사업권을 주지 않는다'는 인천공항공사의 면세 사업자 입찰조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07년 면세점 입찰 요강을 내걸면서 ‘동일 그룹내에선 1개 기업만 입찰할 수 있다'고 못박았지만 애경면세점이 자금난으로 주식을 팔면서 결과적으로 롯데면세점이 이를 인수 운영하게 됐다.
때문에 담배 주류만을 판매했던 롯데가 애경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판매가 가능해 매출에서도 실제 신라를 능가하게 된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신라(38.3%)에 이어 37.2%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던 롯데는 AK면세점(13.9%) 인수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같은 이유로 자존심이 구겨진 신라가 롯데의 화장품 판매로 매출 감소를 우려해 소송으로 이를 막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신영자 부사장과 이부진 전무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