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열리면 수십명 다친다”
2004-09-03 이목희 언론인
현재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국회의원 선친들의 친일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방 글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 파괴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는 ‘친일행적’논란 내용은 구체적이다. 여당의 핵심 실세인 A의원의 경우 부친이 일제하 금융조합 서기로 5년 이상 소작농민을 착취했다는 것. 또 여당 B의원은 부친이 일제 때 소학교 훈도 교사가 되고자 충성을 선서하고 황국신민 교육요원을 지냈다는 내용이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 C의원은 조부가 일제로부터 남작 칭호까지 받은 민족 반역자’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한나라당 D의원도 부친이 일제시대 면장을 8년 했으며 토지대장 조작의혹이 있다는 글이 올라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E 전의원의 부친이 일제시대 사법경찰이었고, 한나라당 F 전의원의 부친이 일제시대 중추원 참의였다는 것. 또 G전의원은 가문이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며 일제에 협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H 전의원은 부친이 일제시대 일본 신문사의 전무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이처럼 국회의원 선친들의 ‘친일 괴담’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권에서는 이번 ‘친일괴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우선 요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인사들이 여권 핵심부라는 점 때문이다. 차기 대권 후보 및 핵심인사들이 ‘친일괴담’에 줄줄이(?) 연루되면서 곤혹스런 분위기인 것이다.신기남 전의장은 당의 얼굴이었으며, 이미경 의원은 언론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문광위원장이다. 여기에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인사들도 유력 정치인들이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이번 일련의 과정에 특정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부영 의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당 사람들 문제만 자꾸 불거지는데 어디선가 이런 일을 꾸미는지 알아볼 생각”이라며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려는 여당쪽 사람들에 대해 뭔가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정치권에서는 이번 ‘친일 괴담’유포의 배후에 대해 ‘여권 내부설’, ‘현정권에서 팽 (烹)당한 세력’, ‘야당 개입설’, ‘과거 정권 핵심부설’등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여권 내부설’은 차기 대권을 둘러싸고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냐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친일괴담의 당사자들이 여권 실세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경쟁관계에 있는 인사들 사이에서 과거 친일 행적 내용을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도 “여권이 과거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위해 여권 실세인사 조상들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거론된 인사들은 결국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특정인물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고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 공세”라며 “현여권 실세쪽이 아니라 현정권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세력이 이를 유포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즉 과거 대선후보 경쟁이나 대선과정에서 모아온 여권 실세들의 ‘X-파일’을 가지고 있던 세력들이 현정권으로부터 소외당하자, 이를 유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이와 함께 과거 정권의 정보팀에서 흘러나왔다는 의혹이다. 과거 정권에서 모아온 ‘친일 리스트’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설이다.이외에 야권이 ‘과거사’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친일 리스트’를 흘리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등 야권에서는 발끈하고 있다.실제로 한나라당은 “국회의원들 가족들의’친일행적’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이런 행태는 천륜을 거스르는 것으로, 이유불문하고 중단돼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족보’캐기식 과거사 들추기는 정치권이 나서서 당리당략적으로 역사를 재단하는 관제역사 쓰기 기도가 초래한 필연의 재앙”이라며 여권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특히 한나라당측에서는 인터넷상의 ‘친일 리스트’유포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문이 커질수록 박근혜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의 친일 의혹’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친일 리스트’에 대해 한나라당측 인사들도 대거 포함돼 있어, 부담스럽기는 여권과 마찬가지라는 것.한편, 정치권에서는 최근에 유포되고 있는 ‘친일 리스트’외에, 2차·3차 추가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정치권 한 인사는 “이번 친일리스트 외에 2~3차로 10~12명의 인사들이 추가 폭로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친일 리스트에 희생될 국회의원이 수십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