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브랜딩 제 13 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안철수 의장

국내 최고의 글로벌 통합보안기업 일군CEO

2010-05-25      기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과거를 잊어라”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좋은 책 만들기)는 성공한 CEO16인의 사례를 통해 ‘셀프 브랜딩’을 이정표로 제시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필두로 최고 CEO들의 경영 브랜딩에 대해 알아본다. 이번호는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안철수의 이야기다.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동굴 벽화를 남긴 크로마뇽인처럼 후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누군가 저런 흔적을 남겼구나 할 그런 족적을 남기고 싶어요. 안철수연구소라는 회사와 조직, 그 동안 쓴 책들, 저와 교감한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면 그것 역시 저의 인생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죠.”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카이스트 BE프로그램 석좌교수)은 “세상에 태어났으니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의사 출신이다. 1995년 봄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했다.

서울 서초동 뒷골목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3명이 시작한 이 회사는 5년여 만에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매출액 100억 원을 달성했다. 4년 후에 10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내 소프트웨어업계 최고의 순익이다. 2008년 2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이 회사를 5년 연속 올스타 기업과 2008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9위로 뽑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백신 V3는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보안 소프트웨어다. 회사 이름을 안철수 연구소라고 지은 것은 2대 주주인 한글과컴퓨터 측이 그렇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라는 밸류가 높은 브랜드를 활용하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계산속이었다.

“한컴 측이 49%를 출자하면서 내건 조건입니다. 1988년부터 저의 이름이 언론에 기사화됐는데, 안철수의 인지도를 마케팅에 활용하자고 했죠. 그동안 쓴 아홉 권의 책을 포함해 저는 스스로 한 말을 뒤집거나 말과 다른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직원이 열 명 일때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야했다. 단돈 10원의 지출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에 관여해야 경영이 잘됐다. 직원이 30명으로 늘어나자 권한을 위임해야 했다. 잘하는 일을 넘겨주려니 퍽 고통스러웠다. 50명이 되자 전략이 필요했다. 100명이 되자 임원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300명을 넘어서자 CEO가 조직의 디자이너가 되어 각종 시스템을 설계해야 했다.

그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잘 못 보내는 것이다. 정년을 보장받는 석좌교수지만 카이스트가 안정된 직장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주가 좌우하는 브랜드CEO

“저에게 리스크가 가장 작은 일은 안철수 연구소 CEO입니다. 교수는 그에 비하면 리스크가 커요. 업계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에 몸담았고, 지속적으로 경영자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성공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의사의 길도 그로서는 안정된 일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안정적인 직업의 세계를 벗어나게 했을까? 그는 ‘발목론’을 폈다.

“실패를 경험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립니다. 실패에 발목을 잡히는 거죠. 성공을 하면 기득권이 생겨 과감한 결정을 못합니다. 실패자든, 성공한 사람이든, 과거의 경험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똑같아요.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그래서 과거를 잊어야 합니다. 미래를 바라보고 일의 본질을 찾아야죠.”

그가 생각하는 일의 본질은 세 가지다. 일에서 찾는 의미,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의사 일도, 의대 교수라는 직업도 의미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저 혼자 하는 일이었고, 그런 점에서 의미가 더 큰 일이었죠. 더욱이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의미, 재미, 능력 셋 중에서는 의미를 첫 손에 꼽았다. 의미를 찾으면 재미있고 잘하는 일이라도 어려움 속에서 신념을 갖고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정책을 맡아 볼 생각은 없는지 그에게 물었다.

“과거에 입각 등의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죠. 한 사람이 잘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미래는 모르는 일이지만…”


#안철수의 HOW to Brand

▶ 돈 주고도 못 사는 신뢰를 쌓아라.
자본만능시대지만 신뢰는 돈 주고도 못 산다. 대기업이 1조 원을 풀어도 못 사는 것이 바로 고객의 신뢰다. 안 의장은 미국 유학을 떠나기 위해 안 연구소 CEO에서 물러나면서 퇴임사에 “정직하게 사업해도 잘 될 수 있다”고 썼다. 그는 안 연구소 경영을 통해 이 가설을 입증했다.

▶ 돈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겨라.
남을 속이거나 괴롭혀 돈을 버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명예를 지켜라. 적어도 마음은 편해질 수 있다. 안 의장은 안 연구소 설립 초기 외국의 선두업체로부터 1000만 달러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당시 안 연구소의 매출은 10억 원에 불과했다. 그는 “의대 교수로 있다가 사표 내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 회사를 차렸을 때의 목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 인생 최대의 자산은 시간이다.
돈을 잃으면 다시 벌면 된다. 시간은 그러나 한 번 지나가면 복구할 수 없다. 인생 최대의 리스크는 시간을 잘 못 보내는 것이다. 안 의장은 한정된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안 연구소 CEO자리를 버렸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로서 벤처업계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저자:이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