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브랜딩 제 12 탄 구학서 신세계 회장

윤리경영으로 기업 경쟁력 높인 CEO

2010-05-17      기자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좋은 책 만들기)는 성공한 CEO16인의 사례를 통해 ‘셀프 브랜딩’을 이정표로 제시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필두로 최고 CEO들의 경영 브랜딩에 대해 알아본다. 이번호는 신세계 구학서 회장의 이야기다.

“윤리경영을 한 뒤로 인력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양질의 신입사원들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신세계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 중 지원동기로 윤리경영이 자신의 이상과 맞는다고 쓰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이라는 믿음은 신세계의 보이지 않는 자산입니다.”

‘윤리경영의 전도사’로 통하는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윤리경영은 회사에 유무형의 보상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윤리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입사함으로써 직원들의 윤리적인 마인드가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했다. 주판알을 튕기더라도 윤리경영은 ‘남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그 예로 구 회장은 2006년 신세계가 월마트코리아를 싼값에 인수한 사례를 꼽았다. 할인점 업계 1위인 신세계 계열의 이마트는 당시 월마트코리아의 지분을 100% 인수하고 고용도 100% 승계했다. 이 M&A(인수합병)는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월마트 측은 16개의 매장을 넘기기 전 비밀리에 매수기업을 물색했다. 그러고 나서 신세계를 낙점했다.

그는 “윤리경영을 하는 신세계가 자신들과 지향점이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업원 고용 승계는 물론 협력사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신세계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랜드가 인수한 까르푸처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면 월마트 측으로서는 수천억 원은 더 받을 수 있었어요. 윤리경영의 성과는 신뢰라는 자산으로 축적돼 이렇게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줍니다.”

신세계는 약속대로 월마트의 인력을 100% 고용 승계했다. 일부는 면담을 거쳐 계열사로 전보시켰다. 신세계는 IMF관리체제 때도 고용조정을 하지 않았다. 2006년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됐을 때에는 비정규직이었던 5000명의 캐시어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윤리경영의 모토 중 하나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그 핵심적 내용이 고용창출이기 때문이다. 운도 따랐다. 이익이 계속 났기 때문에 남들처럼 감원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윤리경영을 한 뒤로 회사의 실적이 굉장히 좋아졌는데 최소한 절반은 윤리경영의 성과”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젊은 날 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재무통인데다가 성격상 스태프가 맞아 스스로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족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CEO가 됐고, 99년부터 10년 동안 신세계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렇다면 그가 장수 CEO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윤리경영은 나의 경쟁력

“CEO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떻게 해서 CEO로 장수해야겠다 하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좌우명대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죠. 나머지는 운이었습니다. 90%가 운이었다고 봅니다.”

그의 좌우명은 ‘군군신신부부자자.’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펼친 ‘정명사사’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다. 기업에 대입하면 CEO는 CEO답고 임원은 임원답고 과장은 과장다워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이 CEO의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CEO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건 좋지만, 단적으로 CEO가 되기 위해 일찍부터 경력관리를 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이 회사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은 학교와 달리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어도 회사일은 더 잘할 수 있어요. 학교 때 잘나간 사람들은 남들이 잘나가면 초조해하거나 불만을 품습니다. 그러다 회사를 떠나죠.”

구 회장은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내려고 일부러 노력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스페셜리스트로서 올린 성과가 곧 브랜드 밸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리경영이 회사에 기회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작은 문제가 생겨도 윤리경영한다는 회사에서 그럴 수 있느냐는 화살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미디어들이 들이대는 잣대도 더욱 엄격하다. 구 회장은 윤리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선수범이라고 말했다.

“청탁을 안 들어준다고 소문나면 아예 청탁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저한테는 부탁 안 합니다. 아들이 절대 안듣는다는걸 아시기 때문이죠.”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저자:이필재)]


#구학서의 HOW to Brand

▶ 스페셜리스트가 되라.
임원이 되기까지는 스페셜리스트가 돼라. 그래야 몸값을 올릴 수 있다. CEO수업은 임원이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CEO는 제너럴리스트다. 스페셜리스트로서 올린 성과가 곧 브랜드 밸류이다. 구 회장은 재무통이다. 젊은 날 그는 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CEO로 발탁됐고 1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그는 평사원도 CEO의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과장이면 과장 업무에 충실하고 부장이 되면 부장 노릇을 충실히 하라. 임원이 되면 임원답게 굴어라. CEO가 되는 것은 운이다. CEO는 목표일 뿐 지위에 걸맞은 마인드로 일해라. 구 회장은 신세계 매장을 잘 찾지 않는다. 전투나 전술은 실무자의 소관이고 CEO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업종의 핵심에 집중하라.
종사 업종의 차별적 특성을 연구하고, 그 핵심에 ‘선택과 집중’하라. 수익의 원천을 간파하는 안목을 키워라. CEO라면 실무를 꿰고 있지 않아도 좋다. 구 회장은 일찍이 입지산업이라는 핵심을 꿰뚫어봤다. 그래서 좋은 부지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때 삼성그룹에서 비업무용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키운 안목을 십분 활용했다. 그 결과 유통실무를 해본 일이 없지만 유통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CEO라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