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7 | 1조 클럽 ‘재벌 부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주식부호 왕좌 탈환
2010-05-17 우선미 기자
지난 12일 상장한 삼성생명은 1주당 시가 11만 9500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시작했다. 이 날 삼성생명 주가는 상장 시작가보다 5500원(-4.6%)이 하락한 11만4000원에 마감됐으나, 공모가인 11만 원보다는 4000원이 높았다. 시작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상장세를 크게 타진 않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이건희 회장.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상장으로 삼성전자 상장사 주식자산이 8조8000억 원에 육박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개인’ 주식자산 최고액에 달하는 수치이다. 평가 결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4151만9180주, 삼성전자 보통주 498만5464주와 우선주 1만2398주 이 밖에도 220만6110주를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부자 2위의 자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그는 4조8638억 원어치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만에 이건희 회장이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에는 정몽구 회장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
당시 재계 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의 대주주인 이건희 전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상장사 최고 주식부호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었다.
지난해, 1787개의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처분 가치를 2009년 5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조 원이 넘는 이른바 `1조원 클럽' 부호는 9명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조9242억 원으로 2조9140억 원의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을 제치고 3개월 만에 상장사 최고 부호에 올랐었다.
정 회장은 지난 2004년 12월 상장사 최고부호에 오른 뒤 이듬해 보유지분이 많은 글로비스를 상장하면서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켰으나, 2009년 초 이 전 회장이 차명으로 있던 계열사 주식을 실명 전환하면서 4년 3개월 만에 선두를 탈환했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차명으로 있던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5525주와 우선주 1만2398주, 삼성SDI 보통주 39만9371주를 본인 명의로 실명 전환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2위로 추락한 것은 삼성SDI가 전날에 비해 1.1% 올라 9만5600원을 기록했지만, 보유지분이 많은 삼성전자 주가가 55만원으로 2.31%나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에 이어 3,4위도 현대家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차지했다. 정 대표가 1조9540억 원, 정의선 기아차 부회장이 그 뒤를 이어 1조7642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5위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 날 1조6817억 원으로 주식가격이 올라 5위를 차지해, 주식부호 5명 중 삼성가 2명, 현대가 3명 등 양대(兩大) 가문 출신 인사가 모두 차지했다.
이번 조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부의 편중’이 더 심각해졌다는 반응이다. 1조 클럽원 수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개인 주식 규모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부의 세습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도 지적됐다. 주식부호 리스트에서 자수성가형 부자는 한 손에 꼽을만큼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 그 이유. 평생모아 1억 벌기도 힘든 서민들에게 ‘1조’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액수이기 때문에 일각에서의 비판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