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5 | ‘다단계 神話’ 황산숲엔터테인먼트 김영운 대표
“부정한 돈은 인생 망친다”
2010-05-17 우선미 기자
100억 원의 꿈. 상상만으로 가슴이 부푸는 말이다. 이 꿈을 가슴에 품어도 보고, 버려도 본 한 명의 CEO를 만나봤다. 그는 바로 황산숲엔터테인먼트의 김영운 대표.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일요서울]을 맞이한 그는, 자신이 살았던 평탄치만은 않은 인생길에 대해 어렵게 털어놨다. 과거를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사업가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김영운 대표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김 대표 자신이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랄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굴곡진 그의 성공담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
김영운 대표는 20여 년 전인 29살에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SMK(숭민산업, 저팬라이프 후신)에 입사한 그가 처음 팔아야 했던 것은 개 당 500만 원을 호가하는 자석 담요. 특유의 입담과 성실함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달 매출을 10억 원 씩 올리게 됐다. 이런 실적으로 그는 다단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직위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까지 올랐다. 그렇게 20대의 젊은 나이에 100억 원이라는 돈을 번 그에게 ‘다단계의 신’이라는 칭호가 붙은 것은 당연지사.
“그 때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 때 돈 100억 원이면, 현재 1000억 원과 맞먹는 큰돈인데 그런 돈을 손에 쥐었으니, ‘나는 세상에서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때문에 자만했다”고 털어놓는 그는 회상에 잠기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핑크빛 희망도 잠시. 약 8여 년 동안의 ‘갑부’의 삶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다단계 사업을 직접 추진하던 그가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악재는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또 그는 사기, 배임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이에 관련된 소송을 치르면서 그는 변호사 비용 등으로 남아있는 재산까지 탈탈 털어내야 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게 없었다. 그런데 내가 빈털터리가 됐다는 것보다 그 동안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다단계에 끌어들여 가정이 파탄난 사람들, 정서가 파괴된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나 괴로웠다”며 “그 때 벌었던 돈은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결되는 유통 구조라면 소비자가 더 이익을 받아야 하는데, 같은 구조이면서 유통 구조의 70%가 유통 마진으로 남는 다단계는 소비자에게 더욱 큰 피해만 준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실제로 다단계로 판매되는 품목은 일반 판매 경로로 사는 것보다 값이 2배는 비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메이, 누스킨 등의 다단계 기업은 생필품, 화장품 등의 ‘소비자에게 필수적인 소비품’을 팔지만, 일반 다단계 기업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물품들이 대다수여서 소비자들에게는 한 개 정도만 있으면 족한 것들이다. 이런 제품들을 ‘판매자가 먼저 써봐야 하지 않느냐’는 이유로 다단계업에 발을 들인 ‘신입’ 판매자들에게 제품을 떠넘기는 것이 관례니 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물건을 선(先)매입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물건들은 집안에 쌓여만 간다. 그렇게 해서 ‘고참’ 판매자는 고액 연봉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남 죽이고 나 살자’는 방식이다.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그는 ‘진정한 사업가’로 변했다. 겉모양만 바꾼 것이 아니라 속까지 바뀐 사업가가 됐다.
김영운 대표는 “다단계에서처럼 필요 없어 쌓아놓는 물건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고, 그들에게 도움 되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그래서 현재의 사업이 힘들지만, 다단계업에서의 유혹을 뿌리치고 10년 동안 현재의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피톤 치드 사업. 나무 추출물을 이용해 공기 정화기뿐만이 아니라 손소독제, 구강 청정제 등을 만드는 것이다. 피톤 치드 제품은 음이온 효과와 폭포수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2~3년 전에서야 well being 산업이 유행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먹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하루 평균 음식에 비해 3배 이상 섭취하는 공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공기 정화에 앞장서서 well being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구강 청정제는 기존에 나와 있는 가그린과 비교해 알코올이 아니기 때문에 뱉을 필요가 없는 ‘천연 제품’이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손소독제는 얼마 전, 신종인플루엔자 A(H1N1)가 유행하면서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 됐다.
그는 “동일 제품 만드는 회사들이 다 망했어도 지금 나는 남아있다”며 “앞으로는 ‘기회’보다는 ‘아이디어’와 ‘성실함’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에서 ‘정상’과 ‘밑바닥’을 모두 경험해 본 그는 더욱 성숙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제2의 전성기를 살고 있는 그가 ‘진정한’ 기업가로 거듭나며 더욱 발전해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