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1 | 100억 장자 성공비법 공개 - 한경희 사장
“성공 하려면 고객의 마음 읽어라”
2010-05-17 이범희 기자
성공한 CEO는 경영철학이 남다르다. 보통 사람과 달리 계산에 냉철하고, 시대를 읽고, 행동을 과감하게 옮기는 경영자 DNA가 있다. 유교적 사고의 사회에선 보통 남자 중심으로 가계가 승계된다. 하지만 최근 재계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이른바 알파걸로 불리며 당당함을 과시한다. 특히 과거 여성편력에서 벗어나는 모습들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사장이다. 여성이라서 안 된다는 일부 정부기관의 편견을 깬 인물이기도 하다. 첫 제품 출시 후 6년 만에 연간 목표 매출액 1500억 원의 탄탄한 회사로 성장했다. 한 사장의 성공스토리를 알아본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서 시작됐다. 우연히 집안청소를 하던 중 문득 ‘걸레질 좀 안하고 살수 없을까?’했던 게 결국 스팀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한 사장 본인이 주부인지라 모든 여자들이 하나같이 싫어하는 일이 걸레질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진공청소기가 있어도 그 다음에 꼭 걸레질을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주부들만의 특징이었다.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주부들이 편하게 서서 대걸레질 하듯 청소를 할 수 있는 기구를 생각해냈고 거기다 뜨거운 스팀으로 걸레질을 하면 더욱 바닥이 깨끗하다는 생각이 더해져서 스팀이 나오는 걸레청소기를 개발했다.
특히 스팀청소기는 간편하게 걸레질을 하면서도 고온의 스팀으로 진드기, 곰팡이, 세균 등을 잡는 효과가 커 마룻바닥이나 장판 위주의 우리나라 주거형태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지금의 한경희생활과학을 만들어 준 것도 바로 이 스팀청소기다.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한국형 온돌문화에 맞게 3년 동안 스팀청소기를 개발하여 2010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스팀청소기 발명특허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국내 700만 대, 해외 100만대. 총 800만대가 보급돼 스팀청소기 하나로만 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한집 건너 한집에 있을 정도였다. ‘국민청소기’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그러나 한 사장에게도 고난의 시간(?)은 있었다. 사업 초기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고 제품을 개발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자금 확보’라고 말할 정도다. 사업 초기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5000만원의 예산을 잡고 개발에서 출시까지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집을 담보 잡아 개발비용을 마련했다. 애타는 심정으로 여러 달이 지났지만 개발의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개발이 지연될수록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생겼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약 1여 년 동안 집을 담보로 했던 사업자금이 바닥나 사방팔방 자금 확보에 여념이 없어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사업을 시작한 후 ‘걸어 다니는 민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집 담보로 빌린 돈이 바닥나 시댁과 친정집을 담보로 잡혀야 했다. 4년이 넘도록 직원들 봉급을 제때 못 줬다. 숱한 난관 중에 여자라서 겪는 어려움은 설움까지 안겼다. 벤처붐이 일 때 그는 정부지원금을 신청했다. 당시 정부지원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남자였다. 여자 사장이라고 CEO 점수는 0점, 여성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제품성도 0점이기 일쑤였다. 심지어 이름만 걸어놓은 바지사장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그는 정부지원을 받으려 특허를 받고 객관적인 자료를 남보다 충실히 준비했다.
여성 CEO는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으로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게 되고 경영의 투명성도 높아진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경영에 임했다. 그러자 남성 우위의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일하는 주부들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힘들어도 포기 하지 않고,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릎 꿇고 하던 걸레질을 서서 할 수 있는데다 스팀으로 닦으니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더욱이 청소를 마치고 나면 훨씬 더 깨끗하고 살균까지 됐다.
이는 사업 초기 스팀청소기 개발 실패와 수많은 고비를 넘길 때마다 본인 스스로가 ‘긍정의 힘’이라고 되새겼다. 얼굴을 찡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고 믿었다.
그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부정적인 생각으로는 고비를 넘길 의지가 생기지 않지만 빛을 향해 가는 긍정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이길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고 전한다.
후계자로 키우기
그는 또한 CEO를 꿈꾸는 후배경영진에게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눈앞에 작은 이익을 쫓다 큰 이익을 놓친다는 말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멀리 보고 크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투입하는 자원을 줄이면 영업이익이 증대하는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을 떨어드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와 기대를 저버리면 오히려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실망한 소비자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최상 품질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