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미성년 주식부자 ‘실태’
“엄마 젖 보다 주식이 좋다”
2010-05-11 우선미 기자
국내 기업 오너 3세들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는 주식을 무려 293억 원어치나 소유한 어린이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허용수 GS 전무의 장남 석홍(9)군이 293억5000만 원으로 어린이 주식부자 1위를 차지했다. 허 전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석홍 군은 현재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 주식 76만341주를 보유하고 있고, 승산레저와 에스티에스로지스틱스 등 비상장 회사의 주식도 대량 보유하고 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 정현(10)양이 127억5000만 원, 허용수 GS 전무의 차남 정홍(6)군이 105억4000만 원을 각각 기록하며 2~3위에 올라 GS가(家) 어린이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어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의 친인척인 민희(10)양이 60억2000만 원으로 어린이 주식부자 4위에 올랐고,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선홍(11)군은 44억3000만 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김형균 유니셈 대표이사의 친인척인 태홍(11)군이 23억5000만 원, 정호 화신 회장의 친인척인 승현(11)군이 18억 원,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친인척인 영모(8)군이 16억2000만 원을 기록했다.
가문별로는 두산그룹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GS와 경동제약, LIG가 출신 어린이가 각각 5명, 효성그룹 3명이 뒤를 이었다.
재벌의 재산 증여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
이렇게 매년 ‘주식 부자 어린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것은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일 터.
전문가들은 “재벌가 재산 증여의 시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증여 횟수나 가액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조금씩 매년 증여해 아이가 성장할 무렵이면 유·무상 증자 등을 통해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재벌들이 자손대대로 떵떵거리며 살아남기 위해 증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최근 상속과 증여를 통한 지분 승계가 빨라진 것은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성년자의 주식보유는 단순한 증여 목적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계열분리나 재산분배의 목적이 있을 수 있으며 비상장 기업의 경우, 상장시 막대한 시세 차액을 거둘 수 있다”고 저적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을 요구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과는 100% 다른 경영 행태이다. 사회운동가들은 재벌가의 이런 행태에 대해 “재벌들에겐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종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라며 “재벌들은 온갖 법망을 피해 못된 짓을 하다가 사법적 문제가 될 경우에만 사회 환원 명목으로 돈을 내놓는다. 그리곤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 금세 잊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씁쓸하다.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돈주머니를 재벌가의 후예라고해서 태어날 때부터 차고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를 확고히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수성가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뜻이다. 더불어 부를 가진 이가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기업들을 밟고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남에 사는 김모씨는 “평생 노력해도 빈부 격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현실에 화가 난다”며 “재벌 어린이가 바른 생각을 가진 젊은이로 커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