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반도체 신화’ 흔들리나

동종업계에 밀리고, 실적 발표 늦고…왜 그러니?

2010-02-16     이범희 기자

반도체업체 위상을 지켜온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이 굴욕을 당했다. 타사가 먼저 개발에 성공했다는 언론보도를 한 것. 삼성전자 측은 “발표만 늦춘 것 뿐, 양산기술은 보유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한 발 늦은 처사였다. 때문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만 가중시켰다. 또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반도체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리의 삼성’이 ‘타락의 삼성’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내부의 불편함을 알아본다.

삼성전자가 올 초부터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더니,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생기는 잡음에 속수무색이다. 한 쪽에서는 “열심히 하자”며 힘을 모으고 있지만, 터지는 악재로 인해 힘이 빠지는 양상이다.

특히 경쟁업체의 발 빠른 개발성공 소식은 삼성전자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계기가 되어 더욱 부담으로 느껴진다. ‘부동의 삼성’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는 말이 난무할 정도다. 때문에 삼성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경쟁사회인만큼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최근 하이닉스의 실적발표와 반도체 개발 소식이 그렇다.

삼성의 반도체 아성이 무너졌다는 일부 경제지의 언론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20나노급 미세회로 공정기술을 이용한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9일 20나노급 공정을 이용한 64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20나노 낸드 플래시 개발 발표는 이달 초 인텔과 마이크론의 합작사인 IM 플래시테크놀로지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하이닉스로는 30나노급 32Gb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지 6개월 만이다.

박성욱 하이닉스 연구소장(부사장)은 “30나노급에 비해 2배 가까이 생산성이 높아져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10나노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입지 좁아졌다?

이를 두고 업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반도체 왕국’인 삼성전자와 경쟁사의 기술격차가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2007년 10월 처음으로 30나노 64Gb 낸드플래시를 개발했지만 미세화에는 한계가 있고 앞으로 미세화의 속도는 늦어질 것이란 말로 인해 ‘황의 법칙’을 접었던바 있기 때문.

더욱이 이 같은 위상 변화는 실적에도 묻어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률은 21%로 11분기 만에 하이닉스(25%)에 뒤진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D램 시장점유율도 전분기 35.6%에서 31.7%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시장점유율 목표를 40%로 잡았다. 또 새 먹을거리로 키우고 있는 반도체 수탁가공(파운드리) 사업도 지난해 세계 9위에 머물면서 전반적인 반도체사업 성장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좋았고 앞으로도 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기술력을 가진 마이크론 같은 업체들이 치고 나와 삼성으로선 다소 위협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측은 난색을 표현한다. 자신들이 아직은 반도체의 부동의 1위라는 점을 강조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20나노 기술은 지난해 10월 연구를 끝내고 올 1월에 양산 기술까지 개발했으나 발표만 늦춘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20나노 낸드플래시도 올 상반기 중 양산하면 비슷하게 경쟁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

하지만 동종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후퇴하지는 않았지만 경쟁업체의 분발로 인해 쉽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1위의 삼성이미지에도 타격이 가능하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삼성의 입지도 줄어들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