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 그들만의 배당 파티’
회사 경영은 뒷전 오너 배 채우기 ‘심각’
2010-02-16 우선미 기자
배당액 절반은 오너 몫
LS그룹의 계열사인 E1의 배당 파티는 화려하다.
대표적 LPG수입사인 E1은 지난 2월 2일 주당 1500원(시가 배당률 2.3%)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문제는 E1이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2009년 영업이익은 869억50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72.4% 감소했다. 매출액도 4조3562억여 원으로 10.9% 줄었고, 당기순손실액 역시 1402억4400여만 원이나 된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현금 배당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E1의 행태는 가히 놀랄만하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충격적이다. E1의 최대주주인 구자열 회장 일가의 배당잔치이기 때문이다. E1의 최대주주는 구자열 회장으로 전체 주식의 17.66%(121만186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구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18억여 원이다. 또 동생인 구자용 부회장은 11.7%(81만3640주)를 보유해 12억여 원을 챙겼다. 이밖에도 구씨 일가가 가진 전체 지분은 45.33%이다. 이는 구씨 일가가 전체 배당금 73억여 원 가운데 50%이상인 46억여 원을 싹쓸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1은 2007년도에도 주당 1000원으로 총281억여 원을 배당한 적이 있다.
동국제강, 순이익 71% 감소해도 배당 결정
여기서 동국제강과 동원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제강업계 3위인 동국제강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1536억여 원으로 전년대비 82.1%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매출액은 4조5651로 19.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502억여 원으로 70.8%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이날 주당 6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동원산업, 배당주 최고 가격
동원산업은 더욱 가관이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782억여 원의 영업 이익을 냈고, 매출액은 5954억여 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1.8%, 1.2%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당 무려 2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해 “오너 배불리기 위한 현금배당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배당금 중 절반 이상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일가가 가져가게 된다.
중소기업도 행태는 마찬가지
비단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기업 중 현금배당을 결정한 기업으로는 흥구석유, KPX화인케미칼이 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흥구 석유는 경기침체 및 판매부진으로 지난해 1065억여 원의 매출을 냈고, 영업 이익은 11억여 원으로 각 26.2%, 39.4% 감소했다. 이렇게 다소 ‘불편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흥구석유는 1주당 50원(시가 배당률 1.9%)의 배당을 결정했다. 주식의 70%이상을 가진 흥구석유 부회장 아들인 서상덕씨를 비롯한 지인 3인이 배당총액 7억여 원 중 70%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KPX화인케미칼도 실상은 비슷하다.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등이 최대주주(59.56%)로 있는 이곳은 총매출액이 8%, 영업이익이 32.9% 줄었으나 1주당 1000원(시가 배당률 1.7)으로 책정해 총액38억여 원을 배당한다.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과 지주사인 KPX홀딩스, 계열사 등이 50% 이상을 챙기게 된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주주들에게 투자매력도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 고액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최대주주의 대부분이 오너일가인 것을 감안할 때 이 배당잔치는 ‘오너 주머니 채우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