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경영리더십 ‘위기’

정세영 회장의 투명경영 ‘먹칠’

2010-01-12     이범희 기자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사업, 8800억 원 폭리 ‘논란’

사회적 기업은 경영화두이다. 경영투명성과 사회에 대한 영향력은 기업의 필수. 미국은 창업, 일본은 장인,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상속을 통해 기업이 영위되고 있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은 투명경영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을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2세인 정몽규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은 뒤 온갖 사고로 점철되면서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 최근 현산이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 사업에서 88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심각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SOC사업을 통한 부당이득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결국 국민입장에서 볼 때 국민세금을 도둑맞은 셈이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짙다.

[일요서울]은 현산이 발주처로 알려진 서울~춘천간 민자 고속도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본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공사비 부풀리기, 통행료과다산정, 국고 낭비 등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

경실련과 함모(46)씨는 현산이 시공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공사와 관련해 국토해양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26일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민자 사업에서 사업자가 폭리를 취해 하도급내역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민자 사업의 하도급내역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산은 “자료가 없다”면서 하도급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현산의 배짱에 대해 시민단체는 최고경영자이자 최대주주인 정몽규 회장에 대한 도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함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근거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정보공개를 다시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여전히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춘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 역시 “해당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비공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법원의 판결조차 무시하는 태도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대해 함씨와 춘천경실련은 분노했다.

함씨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가 정보를 공개하면 부조리가 밝혀질 게 두려워 법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에 대해 발주처이자 시공사인 현산이 자리 잡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경실련과 함씨는 “현산이 총 공사비 중 40%인 88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면서 폭리사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현산의 폭리 사례는 ▶통행료 과다산정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국고낭비 등이다.

현산은 우선 통행료를 과대 계상했다는 것. 지난 2004년 예상통행량을 5만 2236대/일(2009.기준)로 제출하였다가 4만 4923대/일로 조정 협약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사결과 예상통행량은 2만 6768대/일(2008.기준)였고, 국토연구원의 조사 결과 2만 2401대/일(2010.기준)로 확인됐다.

즉 감사원과 국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예상통행량이 2배 가량 부풀려서 산정되었고, 2배가량의 수입항목이 부풀려져 총 공사비에서 무려 1조2000억의 폭리를 취했다는 것.

이에 대해 감사원은 ‘SOC(사회간접자본) 민간투자 운용실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사실과 다른 데이터를 과다하게 적용해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교통수요 예측치를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사업의 필요성을 과장해 민간투자사업의 불법적으로 승인을 얻어내 국가로부터 건설보조금과 혈세를 부당으로 취했다는 것.

현산은 6000억 원대의 사업 토지를 무상 지원받은데 이어 통행량 부족으로 인한 ‘운영수입보장약정서’까지 체결해 국민의 혈세를 축냈다는 것.

함씨는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토지를 수용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또한 불필요한 혈세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건설업계의 전형적 비리인 공사비 부풀리기로 폭리를 취했다는 것.

경실련과 함씨는 “하도급 공사비의 사취 내지는 착취 등의 방법으로 4850억 원의 폭리를 취했다”면서 “이 모든 수익이 발주처인 현대산업개발로 흘러들어갔다. 그 중 40%인 8800억 원의 부당이득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현산의 폭리사건이 알려진 뒤, 국가기관의 방조, 묵인아래 자행된 비리라는 입장이다.

경실련과 함씨는 이 사업을 시공하던 지난 2006년 3월경에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 6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국가가 눈감은 건설비리

당시 “현산이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하루 2만6000여 대의 교통량을 2배 가까이 부풀려 5000억 원이 넘는 정부 보조금을 타냈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난 2004년 이번 사업과 관련 행정소송을 당하자 현대산업개발이 변호사 비용 3억 9000만 원을 대신 내줬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부는 정 회장, 이방주 사장 등 6명에 대해 형식적인 조사만 끝낸 뒤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다.

경실련과 함씨는 당시 검찰이 심도 있게 사건을 수사했다면, 현산의 폭리는 대폭 줄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곧 국가기관이 방조 또는 묵인으로 현산의 폭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경실련과 함씨는 “당시는 증거자료가 부족해 입증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현산 입장 “자리 없다” 회피

현산은 대법원 판결이후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요서울]의 취재에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확인할 수 없다”는 앵무새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CEO의 도덕성 비난뿐만 아니라 자리를 비운 직원들의 업무 태만까지 기업에 심각한 구멍과 허점이 드러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은 투명성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라고 하지만,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 투명성이나 경영철학이 훼손되면 기업의 생존이 어렵다. 작은 물꼬를 막지 못하면 결국 땜이 무너진다. 이는 기업에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현산이 국민세금을 먹는 하마라는 여론이 일게 되면, 결국 기업 경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산의 비리가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을 쉽게 잠재우기는 어려울 듯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지역 하수관 정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수관 가시설(H파일, 시트파일)을 시공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공사비를 청구한 혐의가 적발돼 국가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제재, 5개월간 관급공사 입찰자격 제한 조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공시를 통해 5개월간 관급공사의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이처럼 도덕성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원인으로 정몽규 회장의 ‘경영리더십 부재’를 꼽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회사 돈 56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아 도덕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은 순순히 시인했지만 배임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검찰은 정 회장에게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또 다른 소송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양도세 소송 항소심서 패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8억 원대의 양도소득세와 관련,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황찬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4일 정 회장이 경기 남양주세무서를 상대로 낸 양도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신세기 통신 주식 약 52만주를 J사 등에게 양도한 뒤 양도가를 147억 원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이는 실제보다 저가로 과세표준을 신고했다며 정 회장에게 세금 7억9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정 회장은 신고가와 주식의 실제 양도가액이 다른 것은 서 씨가 그 차액을 횡령하거나 임의로 사용했기 때문이라 세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1·2차 매매계약은 가장행위에 불과해 실질적인 매매계약은 원고와 2차 매수자인 증권사 2곳 사이에 직접 이뤄진 것”이라며 “실제 거래액 또한 증권사들이 서 씨에게 지급한 금액 173억 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하며 1심을 뒤집었다.

* 다음호는 ‘지난해 9월 발생한 거제도 관급공사 허위시공 논란 뒷이야기’에 대한 보도가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