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 2010년 10대 기업 경영전략
“지금부터 도전경영” 신사업 플랜 속속 가동
2009-12-22 경제부 기자
금융한파가 산업계로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기업마다 불황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도 주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 확보와 강도 높은 비용절감, 재고축소 등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도 사업계획을 불황에 대비해 도전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내년을 ‘대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것. 이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가 우려되고, 환율 및 유가 등 사업계획 작성에 근간이 되는 지표들도 점치기 어렵기 때문. 기업들은 경영을 보수적으로 하는 한편, ‘도전 경영’이라는 목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젊은 CEO의 대거 등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굳힌 메이저 플레이어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2010년 공격경영 로드맵’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 LG, SK 등은 해외 법인장과 일선 사업부 임원들이 참여하는 전략회의를 이번 주부터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정기 인사도 대부분 금주 중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내년 2월 이병철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선포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대도약을 위한 준비 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라며 “IT(정보기술) 바이오 등 산업별 융·복합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신사업들도 조기에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창립 4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선언한 2020년 IT업계 압도적 1위, Global 10대 기업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역량을 갖춘 경영진의 진용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해 삼성의 도전경영에 대한 횃불을 당긴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재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 ‘퀄리티 마케팅(Quality Marketing, 품질 마케팅)’ 추진을 선언했다.
지난 11일 남양연구소 인근 롤링힐스(경기도 화성시 소재)에서 개최된 ‘2009년 글로벌 품질전략 컨퍼런스’에서 지난 10년간의 글로벌 품질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미래 10년을 위한 품질 전략으로 ‘퀄리티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종운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기아차는 이제 향후 10년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품질을 최우선 성장동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10년 무고장 품질 달성을 기반으로 ‘퀄리티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려 ‘Best Buy Brand’(가장 사고 싶은 브랜드)로 도약할 것”을 선언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일궈낸 자신감이 현대기아차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중국사업의 판을 새로 짜고 내년 초 중국 통합 법인을 신설하는 한편 모든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이후 단행될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각 계열사가 세운 중국 현지법인을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SK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해 베이징에 설립한 SK차이나 대표는 사장급 이상 인사로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돌파구를 중국시장에서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2005년 중국 항조우 ‘CEO 세미나'에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천명한 이후 추진해온 중국 사업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내년 초 중국 통합법인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도 도전경영에 닻을 달 전망이다.
오는 2018년까지 총 7조원을 녹색성장 부문에 투자해 이 부문에서만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8만7000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포스코는 17일 포스코패밀리 녹색성장위원회를 개최해 ‘글로벌 녹색성장 리더(Global Green Growth Leader)'를 내건 이같은 내용의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합성천연가스, 스마트(SMART)원자로, 풍력발전, 발전용 연료전지, 스마트 그리드 등에 총 7조원을 투자하는 등 2018년까지 연 매출 10조원으로 늘려 포스코패밀리 100조원 매출 달성에 일조할 계획이다.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어느 분야보다 암울한 한 해를 보냈던 조선업계는 내년에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태세다.
지난 1일 선임된 오병욱 현대중공업 사장은 “내년에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해양플랜트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현대중공업은 내년에도 에너지 분야가 전망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양플랜트를 비롯해 풍력ㆍ태양광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끊겼던 수주가 살아나고, 주인 찾기 작업도 다시 시작하며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에 주력한다. 남상태 사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내년이 ‘줄탁동기’(안팎에서 같이 협력함)의 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이 컸지만, 내년에는 위기가 기회라는 평범한 진리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완공으로 생산능력이 대폭 향상됨은 물론, 대형 해양플랜트까지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며 “저비용으로 고품질 선박을 제작할 수 있게 돼 내년부터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CEO 대거 등용
재계에서는 연말 인사 시즌을 맞은 주요 그룹들이 세대교체와 오너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진을 개편하고 있는 것도 공격적인 경영전략 수립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약진을 위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위험을 수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경영조직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젊은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면서 재계의 간판급 원로 CEO들의 후선 후퇴가 잇따르고 있다.
10년 이상 신세계의 간판 CEO역할을 해온 구학서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하는 대신 대표이사 직함을 내놓았고, 석강 백화점 대표와 이경상 이마트 대표도 상임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젊은 CEO들은 내년에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오너 등장 첫해 초라한 경영실적을 내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오너들이 전면에 부상한 그룹은 대체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거나, 새 경영 과제를 떠안는 곳이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회사 차원의 비용절감 노력으로 현 경제상황을 넘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신규채용과 투자 축소는 물론 기존 인력의 감원까지 불가피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