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 하이텍 살리기 행보 본격화

“사재출연 약속 지켰다”

2009-11-24     경제부 기자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리더십이 각광받는다. 어려운 시기에 계열사의 어려움을 통달하고 자신의 사재를 출연해 기업을 살리겠다던 약속을 이행했다. 자칫 그룹의 생존(?)마저도 걸릴 수 있던 사안에서 용기를 냈다.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이 동부인베스트먼트와 1500억 원 차입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1인 기업이다. 그는 지난 10월 35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약속했고, 이번에 일부를 지원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때문에 내부 직원들의 사기는 물론 기업이미지도 밝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계도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강직한 김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오랜만에 공식 행보를 보였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장해 재계 인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의 신뢰도 역시 치솟았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회사가 어려워지면 계열사를 매각해 ‘제 살 깎기'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김 회장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사재 출연이라는 각오로 회사의 회생을 다시 한 번 준비했고 그 약속을 이행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동부메탈 주식 900만 주를 담보로, 동부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00억 원을 차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준기 회장이 만든 1인 주주 회사로 지난달 16일 설립된 특수목적 회사다. 김 회장이 동부인베스트먼트에 댄 1500억 원을 동부하이텍에 주고, 대신 동부메탈 주식을 넘겨받은 구도다.

차입기간은 차입계약 체결일에서 6개월로 동부하이텍은 이 기간 동안 동부메탈의 주식 매각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위기는 기회다

그동안 동부그룹은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동부하이텍 자산 건전화를 위해 자회사인 동부메탈 매각을 추진해왔다. 합금철기업인 동부메탈은 동부하이텍의 100% 자회사다.

동부하이텍의 총 부채는 1조9000억 원에 이른다. 과거 프랑스 에라메트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무산됐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에서 사모펀드(PEF)를 통해 동부메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가격 차이 등으로 난항을 겪어 왔다. 이에 김준기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재출연이라는 형식으로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에 직접 나설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동부하이텍도 자구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다. 농업 부문 분사ㆍ매각과 동부메탈 지분매각 등으로 2004년 신디케이티드론 1조 2000억 원에서 비롯된 채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복안을 가졌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사재 3500억 원을 출연하기로 밝혔던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비상장사인 동부메탈 주식 평가 문제와 매매를 위한 실무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직접 인수 대신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단계적으로 2000억 원도 추가로 출연돼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재출연 소식에 증시도 큰 폭 상승했다. 20일 오전 9시1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동부하이텍은 전 거래일 대비 6.30%(370원) 오른 6240원에 거래 중이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거래량은 2만5000여주 정도다.

재계도 그동안의 불신을 지우기 위한 김 회장의 행보에 박수갈채를 보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