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一家 증시외출… 2세 지분 ‘매입’경영 승계?

2009-11-10      기자
주식시장에서 종적을 감추던 녹십자그룹(회장 허영섭) 오너 일가가 1년 8개월 만에 나타나 그 배경을 두고 동종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녹십자 그룹 오너 일가는 동종업계도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숨어 지냈다. 그런데 최근 지주회사 녹십자홀딩스 주식 33억 원어치 3만여 주를 매입해 오너인 허영섭(68) 회장의 2세들의 지분구도에 변화의 기류가 발생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녹십자그룹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5일 제출한 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보통주 기준 13.06%) 허영섭 회장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이 67.47%에서 68.38% (294만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의 부인 정인애(63)씨와 아들 은철(37)·용준(35)씨가 지난 9월 22일(변동일 기준)부터 이달 5일까지 장내에서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였다.

정인애씨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1만1847주, 10억 원어치다. 이를 통해 보유지분을 1.57%(6만7797주)로 늘렸다.

은철·용준씨도 각각 1만1742주·1만5259주씩 10억·13억 원어치를 장내 취득했다. 지난 2003년 6월, 2005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분이 1.09%(4만6922주), 1.04%(4만5058주)로 확대됨으로써 형인 성수(39)씨 지분율(0.85%·3만6794주)을 앞질렀다. 성수 씨는 2003년 9월 이후 보유지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동안 허 회장이 숨어 지냈던 것과 관련 조심스레 후계구도에 따른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다른 대기업들이 2세의 경영승계를 위해 지분을 인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녹십자 관계자는 “어불성설이다. 아직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허 회장의 세 아들 중 은철씨와 용준씨가 각각 녹십자 전무와 녹십자홀딩스 상무를 맡아 경영 승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