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룰의 전쟁’ 개막... 원톱·집단지도체제·절충형?

2018-11-26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내년 2월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의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다음 달 초 당헌·당규개정위원회를 가동,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나선다. 개정위의 핵심논의 쟁점은 새 지도부 체제 및 선출방식, 이른바 전대 룰(Rule)’을 정하는 일이다. 당내에서는 현행 당 대표 중심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유지 또는 대표·최고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로의 회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대 룰에 따라 당권주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자칫 전대 룰 개정이 한국당의 또 다른 내홍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 정우택·오세훈·김태호·심재철 ‘단일지도체제’ 김무성 ‘집단지도체제’
- 나경원·주호영 ‘절충형’  "중간 단계의 구조가 바람직"

자유한국당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 마련을 위해 12월 초 당헌·당규개정위원회 가동에 들어간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25“12월 초에 곧바로 당헌·당규개정위원회가 출범할 것이라며 당헌·당규개정위는 한 달 동안 활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김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사무부총장인 김석기 의원(경주)과 김성원 조직부총장 외에도 당내 법조인 출신 의원 등이 위원회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가 만든 당헌·당규 개정안은 전국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친박계·비박계·잔류파·복당파 등 난마처럼 얽힌 세력 간 이해를 조정해야 하기에 당권 경쟁 못지않은 내부 신경전이 예상된다. 특히 당이 기존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고수할 것인지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할 것인지가 핵심 중 핵심이다.

현재 한국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고 당 대표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패한 뒤 같은 해 7월 당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당내에서는 홍준표 당 대표 체제 이후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대표가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순수 집단지도체제에서는 전당대회 1위 득표자가 대표 최고위원을, 후순위 득표자들이 최고위원을 각각 맡고, 의사결정 구조도 합의제형식으로 운영된다. 지난달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가 공개한 당원 설문조사에서도 64%가 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선호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복당파 좌장 김무성 의원도 계파 갈등을 넘어 우파 통합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자인 정우택 의원은 다음 지도부는 21대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집단지도체제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이 위기일 때는 차라리 단일지도체제가 낫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김태호 전 최고위원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심재철 의원 역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지도체제는 지금 상태로 가는 게 낫다""당대표가 되겠다고 나갔다가 1등이 안 되더라도 2·3등을 해도 좋고 5등 안에만 들면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으니, 사라져야 할 인물들이 지도부에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되, 최고위원들이 대표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만드는 절충형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경원 의원은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게 맞되, 당대표의 권한이 존중받을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답"이라며 "당직 임명권 같은 것은 당대표에게 그냥 줘도 되겠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보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굉장히 다양하고, 보수 안의 갈래도 여럿이기 때문에, 전체의 통합을 위해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한 명에게 리더십을 몰아주는 방식은 당의 미래를 보여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통합경선의 장점을 강조했다.

주호영 의원 역시 "집단지도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바꿨는데, 바꿔보니 (단일지도체제의) 새로운 문제가 드러난 것 아니냐""이 국면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집단지도체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데드락 상태가 돼서 아무것도 못하는 지도부도 안 되고, 당대표가 혼자 독주하는 구조를 만들어놔도 안 되니, 중간 단계의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전당대회 규칙, 사무총장 임명, 별로 중요치 않은 당직 등 결정의 단계별로 2/3 찬성 의결, 과반 의결, 협의만 거치면 되는 것 등으로 세분화해 (당헌·당규에) 넣으면 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이렇듯 당권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름에 따라 지도부는 전대 룰을 손보는 것에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김 사무총장은 "전대 규정은 가급적이면 그냥 가려고 한다"고 했다. 불필요한 시빗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한편 현재 3개월 동안 매월 1천 원을 내면 책임당원으로 인정해주는 당원 자격 관련 요건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당원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차원이지만, 야당이 된 이후 어려운 당의 재정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당초 한국당은 6개월 동안 매월 2천 원의 당비를 낸 경우 책임당원의 지위를 부여했지만, 지난해 7월 진입장벽을 낮추는 차원에서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이밖에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이탈한 이들의 복당과 당원권 정지 대상자들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당내에서는 `검찰이 표적 수사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시키는 규정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있다. 현재 재판을 받는 일부 의원들에 '당원권 정지'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윤리위 안을 받아 당원권 정지 규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