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잇따른 단합행사 여는 사연
매각실패 후유증 극복 “쉽지 않네”
2009-07-28 강필성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직원 행사로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단합을 이끌기 위해 대규모 행사도 마다하지 않고 잇따라 벌이는 탓이다. 업계에서도 혀를 내두를 규모다. 지난 4월 비전선포식 때는 무궁화호 기차 10량을 통째로 빌려 밤샘 행사를 열었고, 지난 7월 23일에는 각 지역 CGV를 빌려 전 직원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이처럼 직원 사기진작에 정성을 쏟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유진증권은 이미 한차례 매각 추진으로 그룹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면서 내부의 경영자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계에서 유진투자증권(이하 유진증권)이 화제다. 직원 문화 행사를 위해 CGV를 대규모 임대하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3일 저녁 유진증권에서는 전 사원이 영화를 보고 저녁식사와 맥주를 마시는 ‘시네마 데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각 지점에서 가까운 CGV를 임대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조직 활성화와 친목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3월과 7월, 11월 연 3회에 걸쳐 진행된다.
대규모 행사는 매각 후유증
사실 유진증권의 사내 단합 행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비전선포식 때, 열차 무궁화호 10량을 통째로 빌려 전 직원을 이동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경기 및 충청지역 임직원 700명가량이 이 열차를 타고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비전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시작된 행사는 자정을 지나 동해 일출을 전 직원이 볼 때까지 철야로 열렸다.
증권사에서 이같은 대규모 행사를 잇따라 연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에는 나효승 유진증권 사장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추진했던 유진증권 매각으로 인해 경영자에 대한 내부 직원의 불신을 염두했다는 평가다.
당시 유진증권 매각 우선협상자로 올랐던 르네상스PEF과 막판 조율과정에 실패해 매각이 무산됐지만 사모펀드에 매각을 하려던 유진그룹의 행보는 직원들의 적잖은 반발에 부딪혀왔다. 게다가 유진증권 매각설은 아직도 증권가에서 수시로 거론되는 단골 메뉴다. 유진그룹 측에서는 매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매각 계획은 일체 없다”고 진화하고 있지만 좀처럼 소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 직원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언제 또다시 회사 매각이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에는 이미 한 차례의 매각 추진으로 그룹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는 점도 유효했다. 유진증권의 한 직원은 “회사가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은 처음 서울증권(현 유진증권)을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유진그룹이 유진증권을 2군 쯤으로 여기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나효승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나 대표는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꾸준히 유진증권 매각설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직원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나 사장의 의지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셈이다. 나 사장은 최근 공식석상에 나설 때 마다 “유진증권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의 신뢰는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나 사장이 선임 된지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박희운 센터장을 포함한 리서치 센터의 25% 해당하는 10여명의 연구원들이 타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업계가 리서치 인력 대란을 겪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10여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앞서 투자은행(IB)본부 및 영업부문을 총괄 담당했던 박광준 부사장도 회사를 떠났고 마케팅 및 자산운용부문을 이끌던 주원 전무도 타 증권사로 이적했다. 결국 증권업계에서 흔치 않은 대규모 행사 뒤에는 유진증권 내부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셈이다.
잃은 신뢰 회복 될까
나 사장은 대규모 행사 이외에도 전국 지점을 순회하면서 직원을 격려하는 등 충성심 올리기에 각별한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부터 일주일에 2~3개 지점을 방문한 덕분에 유진증권의 전 지점은 나 사장의 방문을 2회 이상 받았다.
그는 지난 7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마음이 상당히 답답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1000억여원 적자를 기록한데다 매각설로 직원들이 동요하고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며 “앞으로는 직원들의 패배의식과 소통부족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가 직원 사기와 충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