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휴지통- 동아건설, 회사돈 890억 도박판에 날렸다
자금관리담당 박모 부장 부인과 매일 수억씩 배팅
2009-07-21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올 들어 아내와 함께 매주 주말이면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았다. 아내가 카지노 일반객장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박씨는 2억원 이상을 칩으로 교환해야 출입할 수 있는 VVIP룸을 드나들었다. 바카라를 즐긴 박씨는 한 게임당 보통 3000만원을 배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의 도박 중독성향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동아건설 자금관리부장이 도박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자 사기도박단도 접근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김모씨(39)씨 등 사기도박단에 속아 4차례에 걸쳐 52억원을 잃기도 했다.
박씨가 사기도박단에 돈을 잃은 시기는 신한은행에 신탁돼 있던 회생채무변제금에 손을 대기 전이다. 그는 사기도박단의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선물 투자를 해서 번 돈”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이 돈도 회사에서 횡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건설의 공금과 은행에 신탁된 채무변제금은 모두 박씨의 손을 거쳤다. 박씨는 한 달에 한 번 회사에 채무변제금 계좌의 변동 내용을 보고해야 했지만 거래 내용을 위조해 보고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감출 수 있었다.
동아건설은 박씨가 지난 9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은행에 채무변제금 조회를 했다. 동아건설은 뒤늦게 자금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고발했고, 10일 아무것도 모른 채 출근한 자금관리과장 유모(37)씨는 박씨와 공모한 혐의로 구속됐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 부장에게서 1억원을 받아 빚 갚는 데 썼을 뿐 나머지 돈은 박 부장이 마카오 원정도박을 가거나 국내 카지노 경마장 등에서 다 쓴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