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화장품 ‘기(氣) 카드’ 사기극 내막

강현송 회장 성공신화 ‘구속으로 끝날까?’

2009-07-21     강필성 기자

국내 중견화장품 업체 화진화장품이 구설에 올랐다. 액운을 막아내는 ‘기 카드’라는 제품을 팔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힌 탓이다. 특히 사기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퇴사 관계자 12명 중 강현송 화진화장품 회장 속해있다는 점이 업계의 관심을 끈다. 그는 화장품 업계에서 성공신화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런 강 회장이 ‘기 카드’라는 황당한 제품을 판매하게 된 속사정을 짚어봤다.

“이 카드만 지니고 있으면 액운을 막을 수 있어 승승장구 할 수 있습니다”

‘기 카드’를 판매해온 판매원의 설명이다. 화진화장품이 ‘기 카드’ 제품이 구설에 올랐다. 화진화장품이 아무런 효능이 없는 PVC(폴리염화비닐)카드를 소비자에게 고액으로 팔다가 경찰에 적발 된 것이다.

특히 업계는 중견화장품 업체인 화진화장품이 ‘기 카드’라는 상품을 출시한 배경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기 카드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강현송 화진화장품 회장은 화장품 업계에서 성공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강 회장은 최종학력이 중학교 졸업이지만 자수성가해 26년만에 직원 5만명, 연매출 1500억원대의 굴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를 일궈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의 위신도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기막힌 ‘기 카드’ 판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15일 아무런 기능도 없는 카드를 ‘기 카드’로 둔갑, 판매한 혐의로 강회장 등 간부급 직원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 업체 전국 지점장과 본부장 등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실 사건의 중심이 된 ‘기 카드’ 제품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화진화장품의 기 카드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나온다’, ‘혈액순환에 좋다’는 홍보와 함께 팔려나갔다. 가격도 최저 5만원부터 580만원까지 다양했다. 카드 겉면에 바이오 에너지 증폭기능 등 건강에 좋다는 문구들이 있다.

심지어 일부 판매원들은 이 카드를 산소에 묻어놓으면 자손들이 잘된다는 풍설로도 판촉하고, 심지어 정신 장애인이 '기 카드'로 제정신을 회복한 사례도 있다고 선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 카드는 다양한 방면으로 팔려나갔다. 일각에서는 “많이 구입하면 취직시켜 주겠다”라는 말로 구직자에게 수십장을 파는가 하면, 일부는 화장품 판매에 옵션으로 팔려나갔다. “OOO화장품 세트를 구매하시면 ‘기 카드’를 드립니다”라는 식이다.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15만7000여 장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 재질은 하수관에 쓰이는 플라스틱으로 보면 된다”고 일축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진화장품 측에서는 여전히 ‘기가 주입된 제품’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정했다. 결국 경찰 측에서는 카드 효능을 분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하기 까지 했다.

국과수는 감정 결과 기 카드는 PVC 재질 외에는 아무런 기능이나 효과가 없다고 밝혀왔다. PVC재질 카드의 원가는 424원에 불과하다.

화진화장품이 어째서 이런 ‘황당한’ 상품을 판매할 생각을 했을까. 업계 일각에서는 화진화장품이 예전 같지 않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화진화장품이 주력하고 있는 방문판매 및 다단계판매는 최근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전문매장과 백화점, 할인매장, 약국, 병원 등 매장판매는 매년 5~6%씩 증가 추세에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화장품 시장은 전문점, 방판, 백화점이 삼분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급성장했던 화장품 전문점 시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쇠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 초반 미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로 대표되는 저가 브랜드숍의 득세에 더욱 설자리를 잃었다.

결국 방문판매를 주 유통채널로 삼아온 화진화장품도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강 회장을 더욱 궁지로 몬 것은 2004년 화진화장품이 방문판매법 위반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였다.

이로 인해 강 회장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고, 화진화장품은 허위 세무신고 한 혐의로 296억원의 법인세와 부가세를 추징당했다.

당시 국세청의 추징액 269억원은 화진화장품 2004년 매출액 261억원보다 많은 액수. 화진화장품은 이후 삼성동 본사건물의 지분과 안산의 부지 등 회사자산을 상당부분 매각해야 했고, 경영상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2007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방문판매 화진화장품을 비롯한 화장품업계가 사실상 ‘다단계’로 운영되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결국 이로 인해 유통조차도 신통찮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화진화장품도 새로운 사업 진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의 산물이 바로 ‘기 카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화진화장품의 한 전직 직원은 “화진화장품 판매원 사이에서 강 회장의 카리스마는 절대적이다”라며 “그가 기 카드라는 상품을 들고 나왔지만 판매원들은 절대적 신뢰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 성공신화 막내릴까

한편 업계에서는 화진화장품의 강원도 홍천군 공장 진출이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화진화장품은 2005년부터 홍천읍 연봉리 생명건강단지 내 4만8432㎡에 포천과 부천 등 경기도에 있는 3개의 공장을 이전하고 직원들을 교육할 연수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착공시기가 인허가 과정 및 회사 사정 등으로 지연되다가 올해 3월로 연기되더니 다시 오는 9~10월로 미뤄지는 등 지지부진하다.

홍천군은 기업이전 보조금으로 국비와 도비 및 군비로 11억8854만원을 지원한 상황이다. 과연 강 회장의 성공신화는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일까. 업계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강 회장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