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가 도래하다
삼성 독립경영 1년 ‘명암’
2009-07-14 김정남 기자
이재용은 바쁘다. 올해 들어 이 전무는 거의 매달 해외출장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거래업체들과 스킨십을 통해 향후 경영행보를 원활히 가져가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영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6월17일에는 중국 최고의 IT업체인 화웨이의 경영진과 회동했다. 화웨이는 세계 3대 이동통신 장비업체 중 하나다. 중국 내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네트워크 인프라와 단말기 점유율에서 1위를 달릴 정도의 회사다.
앞으로 두 회사의 톱 미팅은 정례화된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는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업체와 정기교류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에게, 이 전무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6월 18일에는 미국의 최대통신회사 AT&T 경영진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자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역시 미국 내 주요 거래업체들과 스킨십을 위해서다.
앞서 이 전무는 2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을 다녀왔다. 3월 대만, 4월 일본, 5월에는 독립국가연합(CIS) 등을 방문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이 전무는 이렇게 착착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삼성은 이미 ‘李의 남자’들로
이 전무가 해외를 도는 사이 삼성은 ‘이(李)의 남자’들이 이끌고 있다. 이 전무의 측근들은 올해 초 인사에서 전면으로 부각됐다. 최지성(59) 삼성전자 사장, 이인용(52) 삼성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윤순봉(53) 삼성석유화학 사장 등이다. 최지성 사장은 이 전무의 ‘가정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외 출장길의 이 전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최 사장은 반도체와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등 삼성전자의 요직을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장원기(54)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과 최도석(60) 삼성카드 사장, 배호원(59) 삼성정밀화학 사장, 유석렬(59) 삼성토탈 사장, 최주현(55) 에버랜드 사장, 박오규 삼성BP화학 사장(56), 황백 제일모직 사장(56) 등도 이 전무와 함께 할 인물들로 거명된다.
재계는 이 인사를 ‘이재용 체제 가속화’로 풀이했다. 이 전무가 경영수업을 받은 지도 10년 가까이 됐으므로 이제는 3대째를 위한 ‘내부정비’를 할 때라는 목소리였다.
강렬한 ‘오너 향수’
삼성그룹은 오너 경영의 장점을 꾸준히 전파해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 강력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오너 회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됐다. 삼성에는 오너를 향한 향수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결성 1년이 흐른 사장단협의회가 내놓은 ‘중대’ 결정은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략기획실의 부재로 그룹 전체의 방향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전무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시기’가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