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최신원 사촌 간 기업 분할 초읽기
SK그룹 지분이동 “무슨 일 있나?”
2009-07-07 강필성 기자
최근 재계에는 SK그룹의 분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SK지주회사에 SK건설이 편입되면서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SK일가의 사촌간의 분할은 수년간 거론 돼 왔으나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가 어떤 회사를 가져가게 될까. SK그룹 기업분할 시나리오를 짚어봤다.
최근 SK그룹의 지분이동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SK그룹의 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 최종건 창업주는 SK그룹의 초석을 다진 후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때 경영권은 동생인 고 최종현 명예회장에게 물려졌는데, 현재 SK그룹을 경영하는 최태원 SK회장이 그의 아들이다. 때문에 SK그룹은 최종건 회장 일가에 부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최종건 창업주의 자녀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SK그룹 내 입지가 넓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분이동으로 노리는 것
최신원 회장의 지분은 SKC 3.2%, 워커힐 0.59%, SK㈜·SK네트웍스 0.01%에 불과하다. 지분만 놓고 볼 때 그룹 계열사 중 경영권을 주도할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최신원 회장이 비록 SKC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K가의 장자로서 초라한 지분율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SK그룹의 분할 시나리오가 재계에 화제가 되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특히 최신원 SKC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워커힐 등 계열사 지분을 요구해왔다는 소문은 재계인사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SK그룹의 지분변동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그룹은 어느 때 보다 지분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는 “최근 숨 가쁘게 이뤄지는 SK그룹 내 지분이동은 사촌간 기업 분할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장자 일가에서 현금을 빠른 속도로 모으고 있는데, 이 자금이 계열사 지분확보를 위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6월 26일 SK케미칼은 보유하고 있던 SK건설 지분 811만8000주(40%)를 SK그룹 지주회사인 SK㈜에 넘겼다. 매각 가격은 주당 5만1000원으로 총 인수대금은 4140억18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말에 매각계약을 체결한 SK케미칼의 수원공장 매각대금 4152억원을 합할 경우 현재 확보된 현금만 8000억원대 규모다. SK케미칼의 축적된 자금 사용용도에 시선이 모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특히 지난해 최태원 회장이 SK건설과 SK케미칼 지분을 일부 처분하고, 최신원 회장은 SK케미칼 지분을 사 모으면서 계열분리가 곧 가시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흘러나왔다.
최신원 회장은 올해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지만 조만간 각자의 ‘영역’이 나눠질 것”이라며 “조만간 합의가 끝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최신원 회장의 신규사업 진출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 한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SKC 자회사인 SK텔레시스를 통해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앤츠개발을 통해 지원해 왔다. 앤츠개발은 SK그룹 계열사이지만 사실상 최 회장의 비상장 개인 회사다. 이른바 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이라는 평가다.
업계 일각에서는 SK케미칼이 쌓아둔 현금을 바탕으로 SKC를 지분을 SK그룹으로부터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밖에 워커힐, SK에너지에서 분할될 것으로 알려진 윤할유 사업부문 등도 인수 후보다. SK에너지의 윤활유 브랜드인 ‘지크(ZIC)’는 국내 시장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그룹 분할 시기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기업의 가치가 확연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조만간 분할이 구체화 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SK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2년 뒤다.
앞으로 2년 안에 분할될까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유예신청을 받아드려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다. 2011년 7월까지 SK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때, SK그룹 순환출자 지분을 정리하면서 최신원 회장 계열사도 정리되리라는 예상이다.
반면, 기업분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그룹 분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이야기도 없고, 확인 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기업 규모가 워낙 차이나는 만큼 물리적 분할이 이뤄질지도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