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박삼구 회장 경영리더십 ‘위기’

“알짜 재산 다 팔고 빈껍데기만 남겨”

2009-07-07     강필성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회장)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대기업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쳐오자 인수한지 3년도 안 된 대우건설을 M&A시장에 내놓기에 이르렀다. 대우건설 매각이 발표된 이후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이용만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인수한 이후 서울역 앞 본사사옥을 비롯해 알짜 자산들이 모조리 팔리고 ‘빈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국내 1위 건설사로 성장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인수 된 이후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대우건설의 현황을 짚어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신입사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와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박 회장은 또 “현재 위기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혜를 모은다면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런 자신감과 달리 대우건설 안팎 분위기는 곱지 않다.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이후 알짜 자산이 잇따라 매각되며 ‘만신창이’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탓이다.


결별 뒤 남은 건 빚

대우건설 일부 직원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악재’였다고 단언한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이제 대우건설은 껍데기만 남았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재무압박을 해결을 위해 대우건설 주요 자산을 대부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이 외환위기와 워크아웃을 극복하고 1등 건설사가 된 것도 잠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 된 뒤 철저하게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조 측 주장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대우건설은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이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매출은 상승했지만 막상 알맹이는 악화됐다. 대우건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이익은 2006년 8955억원을 고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 매출이익은 6785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도 2006년 6288억원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3440억원까지 절반가량 하락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부채비율이다. 자산은 2006년 6조847억원에서 2008년 9조2421억원, 올 1분기 9조623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그보다 더 가파른 상승을 보인다. 대우건설의 부채는 2006년 당시 3조3109억원으로 부채비율 119%를 유지했으나 약 2년만에 부채비율은 207%, 6조4870억원까지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대우건설의 재무악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풋백옵션이라는 재무적 부담을 안고 대우건설을 인수해야 했다”며 “따라서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 회복에 일정 역할을 분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대우건설 직원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이용당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건설 사옥 매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7년 7월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매각했다.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을 내고 인수했고, 덕분에 대우건설은 30여년만에 정든 사옥을 등져야 했다. 이 자금은 대우건설의 유상감자에 사용됐다. 같은해 8월 대우건설은 약 4614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발표했다. 이 유상감자 덕분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499억원을 조기 회수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은 같은해 12월에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까지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주가부양책에도 대우건설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풋백옵션과 대한통운 인수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에 본격적인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바로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에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을 동원했다. 대우건설은 2008년 2월 대한통운 지분 23.95%를 1조6457억원에 사들였다. 지난 2월 대한통운 유상감자에서 7112억원을 회수했지만 자산 1조5000억원에 불과한 대한통운 23.95% 지분을 사는데 약 1조원이나 들였다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대한통운 풋옵션 부담까지

게다가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대한통운 투자자의 풋백옵션을 고스란히 짊어졌다. 풋백옵션 관련 투자자 지분은 총 9.6%로, 2011년 3월과 201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만기가 돌아온다. 행사가격은 주당 2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7월 2일 종가기준) 대한통운 주가는 8만1200원으로 행사가격의 반도 못 미치고 있다. 예컨대 풋백옵션이 행사되면 현재 금호그룹 계열인 대우건설이 수천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대우건설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ST, 맑은물지킴이, 지오CTS, 태천개발 등 대우건설의 계열사들도 대부분 매각·해체되거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갔다”면서 “알짜 계열사, 부동산 등 가치있는 자산은 모두 금호아시나그룹 재무 회복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의 주장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를 계열사 공사 물량을 대우건설에 몰아주는 등 적극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이용해먹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상황이 안 좋게 풀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