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상무 대외행보 나서는 사연
베일벗고 경영승계 나서나
2009-06-30 강필성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가 본격적인 대외행보에 시동을 걸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최근 잇따라 대외 업무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 보폭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왔으나 대외적으로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왔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조 상무가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앞두고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린다. 여객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한지 10개월만에 외출에 나선 조 상무의 행보를 들여다 봤다.
한진그룹의 차기 총수로 지목돼 온 조원태 상무가 본격적 대외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대한항공의 핵심부서인 여객사업 본부장으로 취임했지만 대외적 행보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상무를 두고 ‘은둔의 황태자’로 꼽았을 정도다.
때문에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조 상무보다 활발한 경영활동을 펴온 그의 여동생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기도 했다. 조현아 상무는 2007년부터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장을 맡아 기내식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한진관광 등기이사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조 상무가 본격적인 대외행보를 시작하면서 이같은 후계에 대한 추측은 상당 부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10개월 만에 외출 왜?
조 상무가 처음으로 언론에 얼굴을 비춘 것은 지난 6월 1일이다. 그는 ‘명품좌석’을 장착한 최신형 항공기 B777-300ER 공개 행사를 직접 주도했다. 당시는 기자들은 처음으로 대외행보에 나선 조 상무에게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질문을 쏟아냈다.
조 상무는 사업추진에 대해 “어려운 시기라서 임직원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좌석 교체 작업은 회장님이 주도했다”라며 아버지의 공으로 돌렸다.
이어 경영 참여에 대해 “여객사업본부장으로 온 지 이제 10개월째”라며 “경영에 직접 참여라기보다는 본부장으로 어려울 때 같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상무의 대외 행보는 이날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확산됐다. 3일 뒤인 6월 4일에는 인천-시즈오카 노선 취항식에도 참석했다.
그가 재계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5일 파리 에어쇼 행사장에서다. 당시 그는 조 회장과 함께 참가해, 프랫 앤 휘트니사 토드 콜맨(Todd Kallman) 상용기 엔진부문 사장과 PW4170 Advantage70™ 엔진 14대(약 3억달러 규모) 구매계약 체결했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조 회장을 보좌하기 위한 조연으로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조 회장을 대신해 직접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계약은 대한항공이 오는 2010년부터 도입할 에어버스사 A330-200 성능강화형 항공기에 장착할 엔진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향후 경영권 승계 방침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며 “일반적으로 주요 사업에서 회장이 대신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그룹 측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대해 아직 조심스런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한진그룹 지분 이동이 있는 것이 아니니 본격적 경영승계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조 상무가 여객사업 본부장에 있는 만큼 당연한 업무 내용”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진가 자녀의 지분은 0.1%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조 상무가 경영권 승계를 원만하게 이루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난관도 많다는 지적이다.
조 상무의 대외 행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재계는 한진그룹 승계가 조만간 구체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조 상무의 승계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시선이 집중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