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재계진출 들여다보기-제2탄 재림교
2009-06-23 강필성 기자
오늘날 종교단체가 기업을 설립해 재계에 진출한다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숱한 기업들이 종교계에서 파생됐으며,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종교의 재정을 토대로 막대한 부를 끌어모으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좀처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재벌 못지않은 알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일요서울>은 재계에 진출한 종교재단의 기업을 연속 기획을 통해 조명해 봤다.
병원·교육·식품사업 “진출 안 한 곳이 없네~”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이하 재림교)는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 중 하나다. 개신교에서 파생된 이 종교는 1863년 미국에서 창립된 이후 빠르게 세를 늘려왔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재림교는 1904년 국내 정착한 이후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그 위상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오늘날 일상생활 중 재림교의 브랜드 ‘삼육’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삼육은 지(智), 덕(悳,), 체(體)를 키운다는 재림교의 상징이다.
교육·의료·식품 두루 진출
재림교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업체 중 하나는 바로 삼육식품이다. ‘삼육두유’로 유명한 이 회사는 1982년부터 두유 제품을 팔아온 업계 원로다. 현재 삼육식품은 두유업계 1위를 차지하는 정식품의 뒤를 이어 약 20%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육식품은 매일유업, 서울우유, 웅진식품, 풀무원 등, 두유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에게 한번도 순위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삼육식품은 주식회사가 아니다.
삼육식품은 학교법인 삼육학원의 수익사업단체다. 즉, 주주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학교 운영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사업체인 것이다.
삼육식품 관계자는 “삼육식품의 수익은 학교 사업 지원 및 삼육학원에서 추진하는 학교, 공익, 종교사업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재림교가 식품사업보다 중점을 두는 것도 바로 학교사업이다. 삼육학원은 재림교에서 설립한 학교법인으로 삼육대학교를 비롯해 삼육보건대학, 서울삼육중학교, 산국삼육고등학교 등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8개, 고등학교 7개, 보건대학 1개, 대학교 1개 등 총 27개교와 4개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수만 1만5000명이 넘는다. 재벌그룹이 보유한 사립학교가 1~2개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규모다. 이들 학교에서는 모두 종교수업이 교육과정에 들어가 있다.
재림교는 이 외에도 어학원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국내 재림교 본산인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유지재단’(이하 재림교한국연합회)에서 1969년 설립한 SDA삼육어학원은 사교육시장에 진출한 재림교의 또 다른 교육사업체다. 회화 위주의 수준별 교육으로 영어교육계에 돌풍을 일으킨 SDA삼육어학원은 국내 어학원 브랜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2003년 학원생이 200만명을 돌파했고, 지부만 40여 개에 이른다.
그밖에 재림교한국연합회는 의료사업에 진출해 삼육서울병원 및 삼육부산병원, 치과병원, 에덴요양원 등 총 6개원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혹자는 재림교를 일컬어 교육계와 의료계에서 재벌 부럽지 않은 교단으로 평하기도 한다. 실제 종교계의 교육사업이나 의료사업 진출은 많았지만 재림교만큼 대규모 확장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재림교는 이 외에도 건강상담실, 미디어센터, 삼육기술원, 출판사 시조사, 재림공원묘지 등 다양한 수익사업에 진출해 있다.
재림교의 이런 다양한 사업체는 일반 기업의 사업과 큰 차이가 있다. 종교적 색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모든 사업진출에 선교의 목적이 포함된 만큼 불가피한 경우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재림교는 모든 사업체 직원 대부분을 재림교 신자로 뽑고 있다. 삼육병원 관계자는 “입사조건에 종교관련 부분이 있다”면서 “재림교가 아닌 사람이 입사한 경우도 있지만 대게 적응을 힘들어한다”고 밝혔다. 재림교에서는 술, 담배는 물론 돼지, 토끼 등의 육류 섭취를 금기시 하고 있다. 흔히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음식이나 기호품에 대한 견해차이로 재림교 신도들과 적응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 직원이 재림교 신도인 만큼 일사불란한 단결도 가능하게 됐다.
삼육식품 관계자는 “현재 재림교 관련 사업체 중 노조가 구성된 곳은 한 곳도 없다”면서 “직원들이 그만큼 화합이 잘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육식품과 거래관계를 맺는 총판 등의 유통업체들도 대부분 재림교 신도가 경영하고 있다.
수익사업 확장 계속 되나
재림교가 이렇게 폭넓은 수익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재림교단 자체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림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교육기관 및 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재림교단이 보유한 사업체는 전세계 약 5600여 개의 학교와 116개의 병원, 395개 진료소에 이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1863년 3500여 명의 신도로 시작했던 재림교는 불과 한 세기 반만에 1400만 신도로 늘어났다.
재림교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국내 복지, 선교, 교육 등 공익적 목적으로 수익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며 “수익금이 특정인의 이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