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순항…‘포스트 정몽구’ 꿈 영근다

기아차 정의선 사장

2009-06-23     박태정 기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글로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방미 길을 수행했다. 그동안은 주로 부친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몫이었다. 이는 디자인 경영 혁신을 통해 실적이 향상되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준 정 사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창 다가가는 포스트 정몽구를 꿈꾸고 있는 정의선 사장의 행보를 뒤 쫓아가 봤다.

정의선 사장이 경영을 맡은 기아차는 변했다.

디자인 경영이 결실을 맺으면서 실적이 향상됐다. 3년간 적자를 거듭하던 기아차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신차 효과로 판매실적도 늘고 있다.

98년 현대차와 한 살림을 차린 이래 기아차는 시장점유율이 20%대에 머물렀다.

99년 27.3%, 2002년 26.4%, 2005년 23.3%, 2008년 27.4%로 10년간 한 번도 30%를 넘지 못했다. 2005년 정 사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실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은 의심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기아차가 ‘포스트 정몽구’를 꿈꾸는 정 사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시장상황에도 정 사장은 굴하지 않고 디자인 경영을 밀어 붙었다.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수입했다. 아우디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2006년 디자인센터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디자인 경영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마침내 그 결실을 맺기 시작한다. 지난해 9월 내수점유율이 31.0%로 올라섰다. 올 1월 29.9%를 빼면 30%대를 이어왔다. 지난 5월까지 30.8% 내수점유율을 보였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현대차가 인수한 뒤로는 처음 연간점유율이 30%를 넘을 전망이다.

기아차의 선전은 지난해 하반기 로체 이노베이션과 쏘울, 포르테에 이어 올해 5월 쏘렌토R를 출시해 인기를 끈 덕분이다. 최근 나온 첫 쿠페인 ‘포르테 쿱’에 이어 올 연말 준대형급 신차 ‘VG’(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아차 실적이 좋아진 것이 정 사장의 이미지와 경영능력 평가에 좋은 요소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해외에서 호평

품질과 디자인이 개선된 기아차는 해외에서도 선풍적 인기다.

최근 기아차 모하비가 미국시장에서 잇단 호평으로 기아 SUV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www.edmunds.com)이 선정한 ‘2009 소비자가 평가한 최고차량상(Consumers’ Top Rated Vehicle Award 2009)’에서 모하비(수출명:보레고, Borrego)가 ‘25,000~35,000달러 SUV 최고차량(SUV $25,000~$35,000)’로 선정되었다.

해외에서 기아차의 우수성이 인정받는 데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정몽구 회장이 생산과 품질을 높인 1단계 성공을 거뒀다면, 정 사장은 2단계로 취약하던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했다.

정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노사관계에서부터 원가경쟁력, 수익성 향상 등을 불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디자인 경영혁명을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정 사장의 경영 승계가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정 사장이 정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계고 경영승계가 임박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영권 승계에 재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태정 기자] tj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