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LG그룹 성장비화와 한국경제 ① LG그룹 감춰진 친인척 계열사 대해부
지분관계 없어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2009-06-22 강필성 기자
LG그룹의 재계서열은 4위다. 그 만큼 재계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거대 LG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은 구본무 회장이다. 구 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어 LG그룹의 경영을 맡았고 LG는 LG, GS, LIG 등으로 그룹이 분리됐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도 재계서열 4위를 지키는 셈이다. 구본무 회장의 경영리더십이 기업성장에 기틀이 되었다는 평가다. <일요서울>은 구본무 회장의 경영 리더십과 경영권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특집기획’ 보도를 통해 되짚어본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이 해체됐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재벌, 즉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소유 집중과 시장 독과점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법적 규제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최고 100대 부호 리스트에는 재벌 오너 가족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재벌 간의 ‘부의 분배’가 가족중심의 분배논리로 이뤄진다는 반증이다. 창업주에서 2, 3세로 경영권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녀들끼리 기업을 나눠 독립하게 된다. 이같은 가족중심의 부의 분배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점을 양산할 소지가 높다.
친인척 회사끼리 일감을 밀어주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회사의 기회편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LG그룹은 재계에서도 유독 친인척 간 끈끈한 유대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LG가의 가풍이 워낙 엄격한 유교적 성격을 지녀 친인척간의 관계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LG그룹 친인척기업은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꾸준한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가 밀어주는 친인척
구본호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범한판토스도 LG그룹과의 거래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범한판토스는 2000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8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LG그룹의 물류부분을 아웃소싱 하면서 급성장했다. 최근 2년동안 지급된 배당금만 300억원대에 이른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매출 1조2336억원을 달성한 그야말로 알짜 물류업체다.
이 회사는 구본호씨와 그의 모친 조금숙씨가 각각 46.14%, 53.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본호씨는 LG창업주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로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무려 6촌의 관계다.
업계 관계자는 “범 LG가 물량이 범한판토스 매출의 90% 정도를 차지한다”면서 “이는 LG그룹이 시장에 공급하는 전체 물량의 50%정도에 해당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으로부터 매출이 고정적으로 있어오다 보니 불황과도 무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LG그룹과의 거래로 성장하는 친인척 회사는 범한판토스 뿐만이 아니다. LG 방계 알짜 친인척 기업으로는 희성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희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희성전자는 지난해 9874억원의 매출을 올린 알짜 회사다. 희성전자가 이처럼 알짜로 거듭나는 배경에는 LG그룹에 대한 매출이 주효했다. 현재 희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LED 백라이트 유닛을 납품하고 있다.
희성전자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소모하는 LED 백라이트 유닛의 약 50%를 희성전자에서 공급하고 있다”며 “자세한 매출의존도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재 희성전자가 LG그룹 관련 매출이 약 80%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LG이노텍이 있는데도 희성전자에게 납품받는 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현재 LG그룹에서 LG이노텍을 통한 LED사업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밖에 희성그룹의 계열사 희성정밀도 LG그룹 납품 매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희성정밀은 현재 LG전자에 에어컨벨트, VTR헤드드럼, 세탁기 부품 등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성그룹이 이처럼 LG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만들게 된 것은 LG그룹만의 독특한 후계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구본무 회장과 구본능 회장의 관계는 여타 친인척들보다 밀접하다. 구본능 회장의 자녀인 구광모씨가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기 때문이다. LG그룹 후계자로 점쳐지는 광모씨의 본가가 사실상 희성그룹인 셈이다. 이런 역학관계가 LG전자의 희성전자 매출챙겨주기의 배경이 됐다는 추측이다.
현재 희성전자의 지분은 구본능 회장이 42.1%으로 최대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4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이 29.4%, 그의 아들 구웅모씨가 13.5%를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GS일가의 허정수씨, 허광수씨가 각각 10%,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밖에 LG그룹 친인척 기업으로는 아워홈을 꼽을 수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구인회 명예회장의 3남으로 구본무 회장의 3촌 관계다.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푸드서비스 부문만 분리된 회사다. 현재 단체급식 부문에서는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만 8810억원에 이른다.
LG그룹에 구내 식당 등을 통해 기업 초기부터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아워홈이 급식을 제공하는 700여 개의 업체 중 LG그룹, GS그룹의 비중은 약 3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워홈은 LG트윈타원 및 GS타워, 서울파이낸스빌딩 등에 비즈니스레스토랑 17곳을 운영하고 있다.
핏줄 엮인 그들만의 리그
재계 전문가는 “재벌그룹이 세대분리를 하면서 기업들도 점차 핵분열 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지분관계만 없다 뿐이지 재벌가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친인척 기업의 매출을 챙겨주면서 타사의 기회를 편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LG 친인척 기업 한 관계자는 “비지니스 관계니 만큼 서로 만족할만한 계약에 따라 거래가 지속돼 온 것”이라며 “매출을 의존한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