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A건설 임금 체불되는 속사정
유동성 위기에 무너지는 ‘두바이의 꿈’
2009-06-16 강필성 기자
최근 불황에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건설경기가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는 탓이다. 중견 건설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A건설도 그 중 하나다. 특히 A건설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직원에게 임금 및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두바이 사업 진출을 밝히며 대대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쉬쉬하기 급급해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생활고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보험 해약은 물론이고 자녀 학원도 다 끊어야 할 지경입니다.” A건설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의 하소연이다. 이 직원은 A건설이 상여금 및 월급을 제 때 지급하지 않는 탓에 생활고를 맞았다고 밝혀왔다.
A건설은 국내외 12개의 계열사를 가진 중견건설업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60위권에 있는 이 기업은 특히 두바이 사업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수년 전부터 두바이 건설시장을 개척하면서 업계에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사업진출 이면에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자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건설에서 임금 체불로 고충을 토로한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본지가 접촉한 직원들은 A건설의 임금 및 상여금 미지급에 대해 “개인차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유동성 안 좋길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A건설은 지난해 11월 이후 매 2개월마다 지급되던 상여금이 4회 밀린 상태다. 또 지난 3, 4월에는 임금이 미납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급 인력의 이탈도 어느 때보다 심하다. 한 내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분위기라 하기는 힘들지만 회사가 힘들어지자 일부 고급인력 이탈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경기악화로 일자리가 많지 않아 대부분 견디는 추세다”라고 귀띔했다. 실제 A건설의 직원은 최근(3월31일 기준) 지난해 말에 비해 약 60명이 줄었다.
현재 노조는 사측에 체불 임금 및 상여금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한 상황이다. 그러나 요구안 수용 여부는 낙관적이지 않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상황을 판단했을 때, 밀린 임금을 당장 내놓으라고 일방적으로 닦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됐다”면서 “회사 측에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개선안과 가시적 지급 노력 등을 보이라고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과 이들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 업계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유동성 위기가 생긴다 하더라도 몇 개월이나 임금, 상여금을 미지급하는 것은 유동성을 회복 한 이후에도 큰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더욱이 A건설은 대주단에 가입하지도 않기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몇 건설사가 극도의 위기 상황에 몰렸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A건설이 이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A건설의 이 같은 위기는 지난해 실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A건설은 43억33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이는 2007년 벌어들인 순이익 91억원3100만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유동성 위기 극복에 이렇다 할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A건설은 지난해 말 서초동 사옥을 팔고 용인으로 이전했다. 또, 최근에는 안양시 등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해 당초 분양가에서 1억원이 넘는 대폭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재무개선 노력에도 악재는 여전하다.
지난 2007년 A건설을 건설업계의 신화로 만든 약 200억달러 규모의 ‘두바이 프로젝트’는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이 사업은 두바이 항만 물류 중심지이자 구도심 데이라지역 330만5800m²에 주거·상업·공공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공사다. A건설은 지난 5월 “금융위기로 인해 발주처가 전체계획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어 사업추진 일정지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며 “아직 공사수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바 없다”고 공시했다.
두바이신화 부활할 수 있나
이런 불확실성 때문인지 2007년 말 2만원에 육박하던 A건설의 주가는 현재(6월 11일 종가기준) 4400원까지 추락했다.
현재 A건설 측은 임금 체불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전혀 밀린 임금이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라면서 “5월 상여금이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달 내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와의 협의도 원만히 해결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A건설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1445만원으로 지난해의 1280만원보다 165만원이 오른 채로 지급됐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미지급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A건설이 쉬쉬하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건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번 달 안에 해결된다는 말은 없었다”며 “회사가 어려운 만큼 자산매각, 사업부문 매각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이뤄질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두바이의 신화를 이룩했지만 동시에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놓인 A건설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