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무 회장 “경영권 승계 가속화하나”
2009-06-16 이범희 기자
구 회장이 아직 현장경영을 주장하며 경영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구광모씨 역시도 지분을 늘려가며 후계구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LG그룹은 가부장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여성의 사회 진출보다 남성 위주로 가업을 승계한 전례를 들어 광모 씨의 황태자 입적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다.
지분 승계방식에도 LG가 만의 독특한 법칙이 있어 주목받는다. 광모 씨의 지분 상승분만큼 구 회장 일가의 지분이 줄어든다는 것.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케이블럭스(대량매매시스템)’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LG그룹의 경영승계 시나리오를 들쳐본다.
LG그룹의 상승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LG그룹주는 올 1월부터 6월 9일 현재까지 주가가 약 45% 오르며 다른 그룹과 비교해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들의 평가이익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주식 재산은 1조1000억 원대로 증가했고, 구 회장의 아들 구광모씨 역시 5000억 원대의 주식부호에 올랐다. 특히 구광모씨의 경우 현재 LG의 지분을 2-3달 간격으로 매입하면서 입지 구축에도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지분을 매입한 시점이 지난 3월로 알려지면서 또 한 번 매입할 시점이 다가오자 재계 또한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한다.
현재 보유 지분이 4.58%인데 조만간 경영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5%룰에도 가깝게 되기 때문이다.
‘4세 경영’ 밑그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구광모씨는 지난 3월 13일 지분 8,053,715(4.58%)로 주주 순위 4위에 등극됐다. 같은 날 구광모씨는 구미정씨가 내놓은 물량 만큼인 298,000(188억9천만 원)의 (주) LG주식을 샀다. 대량으로 특수 관계인이 내놓은 주식을 이른바 ‘케이블럭스'를 통해 그대로 사들인 것이다. 케이블럭스는 당사자끼리 가격제한폭 내에서 가격을 합의해 대량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이다.
이 결과 구광모씨의 그룹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구자혜, 구자영씨를 비롯한 구인회 창업자의 딸 직계가족 등 다른 가족의 지분은 줄어들었다.
이 같은 거래는 지난해에도 2-3달의 폭을 두고 수차례 있었다. 지난해 12월 구회장의 친인척들이 내놓은 물량 8만2000주(37억4313만원)의 (주)LG 주식을 샀다.
이에 앞선 10월27일에는 구자혜씨 2남 이지용(46)씨가 5만주(24억8880만원), 1남 이선용(48)씨가 4만4000주(21억7954만원)를 매도했고, 구광모씨는 이들이 매도한 물량 만큼인 9만4000주(46억6822만원)를 사들였다. 2007년에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구 회장의 직계가족 외 친척들은 지분을 팔고 아들인 광모씨는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지난 3월 13일에도 구본무 회장의 여동생으로 알려진 미정씨가 29만8000주의 지분매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법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2~3개월마다 한 번씩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구씨 일가가 그룹 후계구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 모습이다.
또한 광모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분 쌓기 과정에 나서며 이에 따른 그룹 내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 작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 구본무 회장을 제외한 구씨 형제들의 지분변동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광모씨의 지분만이 변동을 계속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LG그룹의 후계구도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슬하에 아들이 없었던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04년 가족회의를 통해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광모 씨를 양자로 입양한 것.
당시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며, 장자의 대(代)를 잇고 집안 대소사에 아들이 필요하다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그룹 측 설명이 뒤따랐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포석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구 회장이 광모 씨를 입양하기 전인 2000년부터 LG화학의 주식을 꾸준히 증여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LG그룹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별다르게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 회장님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벌써 후계구도가 거론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구광모씨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광모는 누구인가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이다. 현재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광모씨는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뒤부터 경영권 이양시기가 본격적인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양자가 된 배경은 지난 1994년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 LG를 이끌어갈 후계자로 점쳐졌던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원모씨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했다.
이듬해인 지난 1995년 구본무 회장은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세체제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슬하에 딸 둘만을 두고 있어 양자를 뽑을 수 밖에 없었다. LG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을 비롯한 구씨 형제들의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됐을 뿐 별다른 배경은 없다고 밝혔다.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며, 장자의 대를 잇고 집안 대소사에 아들이 필요하다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이뤄졌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포석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