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국서 1억달러 헛장사한 사연
미국 시장 적신호 “대량 판매만 눈독 들이다가~”
2009-06-02 강필성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 미국시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35년간 운영돼 왔던 현대자동차 판매점 LA씨티현대가 최근 문을 닫았고, 미국 시장 가장 큰 딜러로 알려진 LAX현대도 지난 4월 폐업했다. 미국현지 판매 딜러 사이에서는 “현대차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일반판매보다는 관공서, 렌탈샵 등의 단체 판매를 선호했던 탓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 부도낸 렌탈업체에 1억달러를 떼어먹힐 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현지 할부금융 회사인 현대모터파이낸스컴퍼니(이하 HMFC)가 미국 렌탈업체에 대여해준 1억달러를 떼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렌탈업체 부도 불똥 튀나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의 지난 4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소재 차량 렌탈업체인 ‘어드밴티지 렌탈 앤 리싱컴퍼니(이하 어드밴티지)’에 돈을 빌려줬다가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HMFC는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어드밴티지에 판매된 현대차 4477대와 관련 1억4만달러 대출해줬다. 하지만 이 회사가 최근 경영난으로 파산신청을 하면서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난 4월 당시 어드밴티지사가 보유 차량은 25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돈을 떼일 처지라는 것은 사실 무근이다”라며 “대출을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보증 및 담보를 잡아놨기 때문에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담보 규모나 신용보증 한도 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현대차의 이런 해명은 미국 현지 현대차 딜러들의 설명과 상이하다.
미국 현지 현대차 딜러 이모씨는 “현대차가 1억4만달러를 어드밴티지에 빌려주고 담보 회수가 여의치 않아 소송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어드밴티지사에 6억6000만달러를 빌려준 크라이슬러 계열사 크라이슬러파이낸셜서비스도 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무리한 사업이 부작용을 불렀다고 평가한다.
이씨는 “일반 소비자가 현대차를 구입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까다로운 할부제도다”라며 “일반 판매보다 대량 판매만 관심을 둔 현대차의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같은 조건이면 인지도가 낮은 현대차보다는 할부 조건이 뛰어난 닛산, 혼다, 렉서스 등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리스(lease) 및 할부제도가 발달 돼 있다. 때문에 차량 구입에 있어 할부금융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할부금융으로 팔리는 모든 현대ㆍ기아차 고객 중 HMFC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15%에 그치고 있다.
이씨는 “한인이나 외국인 사이에서도 현대차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까다로운 신용등급 때문에 정작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대차가 관심을 두는 것은 대량 판매다. 일반 소비자보다는 렌탈업체나 관공서, 기업 등에 대량으로 넘기는 것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어드밴티지로에 현대차의 1억4만달러가 묶이게 된 것도 과도한 대량판매에 매달린 후유증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현대차의 전략 때문일까. 현대차 딜러들은 최근 불경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LA 한인타운에서는 현대자동차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LA 한인타운 현대차 판매딜러인 LA씨티현대가 지난 5월 31일 딜러권을 내놓고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덴자동차가 기아차 딜러십을 내놓으며 철수한 터라, 미국 내 최대규모인 한인시장 LA한인타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사라지게 됐다. 특히 LA씨티현대를 경영한 이대룡 사장은 1973년부터 미국에서 현대자동차를 판매해온 전통적인 딜러였다는 점에서 이같은 폐업은 의외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초에는 미국내 최대 현대차 판매 딜러인 LAX현대도 폐업하고 문을 닫았다. LAX현대 모기업인 데니해커그룹의 파산에 따른 폐업으로 알려져 있다.
한인타운서 사라진 현대차
LAX현대 고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슈퍼볼이나 TV에 막대한 광고료를 뿌릴 것이 아니라 일반 판매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미국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국 시장 공략은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1분기 미국에서 현대차 판매는 전년대비 11.8% 감소했다. 물론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적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자동차 전문가는 거의 없다. 업계 전반이 저조하면서 생겨난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판매 절대량으로 비교하면 아직도 미국의 벽은 턱없이 높기만 한 것이 현실, 기로에 놓인 현대차 미국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리콜에 성희롱까지 현대차 악재 계속 될까
현대자동차의 미국 악재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최근 정지 등 결함에 따른 소나타 9만대 리콜 조치를 취해 이목을 가는가 하면 최근에는 성희롱 사건까지 불거졌다. 지난 5월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다니던 태미 에드워즈라는 여직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에드워즈에 500만달러 징벌성 배상금을 포함 579만5000달러를 지급하게 됐다. 법원은 또 가해자인 직장상사 마이크 스윈들에게도 1만달러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현대차의 미국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27일 소나타 9만대를 리콜하면서 고급차를 표방하던 미국 현지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업체인 현대자동차에게는 미국의 불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이런 기회를 연이은 악재로 날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