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보험설계사 집단 소송 전말

“박현주 회장님, 보험설계사 쌈짓돈 탐내지 마세요”

2009-05-26     강필성 기자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저서 제목이다. 박 회장은 자산운영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국내 금융시장을 급성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가 인수해 출범시킨 미래에셋생명보험(전 SK생명)은 꽃보다 아름다운 돈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135명의 미래에셋생명 보험설계사(FC)들이 부당환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FC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는 것은 보험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미래에셋생명이 지급해야 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퇴직한 FC를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이 수익을 위해 FC의 주머니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환수는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업계 어떤 기업도 이러는 곳이 없어요.”

미래에셋생명과 소송을 준비 중인 전직 근무자 A씨의 말이다. A씨는 지난 2008년 미래에셋생명을 퇴직한 후 올해 황당한 안내장을 받았다. 1500만원을 미래에셋생명에 상환하라는 청구서였다. 미래에셋생명이 그에게 해지한 보험에 대한 환수수당을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사실 회사에 받아야 될 수당이 있으리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지, 이런 거액의 청구가 날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보험사환수대책카페’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퇴직하면 빚더미 속으로

미래에셋생명이 A씨에 대해 거액의 청구를 한 것은 바로 선지급수당제도 때문이다. 선지급수당제도란 FC가 보험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총 수당에서 55%가 미리 지급되고 남은 45%가 1년 동안 나눠 지급되는 제도다. 이때 수당이 보험계약 1년 유지를 전제로 책정되기 때문에 보험계약이 그만큼 유지되지 않으면 생보사에 반환해줘야 할 금액이 발생한다. 문제는 미래에셋생명 퇴직자들에게 수당이 온전히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퇴직한 보험설계사의 잔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환수금액만 요구하고 있다.

오진협 보험사환수대책카페 대표는 “수당은 보험계약 성사에 따른 당연히 받아야 될 보수”라면서 “미래에셋생명에서 일방적으로 퇴직한 보험설계사에게 잔여 수당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약해지에 대한 환수만 발생하니 A씨가 빚더미에 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부 퇴직 FC는 괘씸한 마음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다가 채무불이행자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퇴직 FC들은 이같은 환수절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오 대표는 “퇴사시 수당이 일방적으로 소멸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래에셋생명 입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열심히 일할수록 잔여수당이 끊긴 상태에서 거액의 환수요구를 받게 되는데 누가 입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FC들이 입사 당시 규정에 대한 설명은커녕 ‘FC보험영업지침’을 구경도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렇게 환수금액이 청구된 퇴직 FC들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래에셋생명 측은 업계 관행이라고 일축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이런 선지급수당 체계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이라며 “이들의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억지다. 관련 규정을 교육시에 상세히 설명한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설명과 달리 이런 사례는 업계에서도 드물다.

A생보사 관계자는 “선지급금을 지불하고 매월 지급되는 수당은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한 퇴직 이후에도 지급 된다”면서 “물론 그 과정에 환수금액이 발생하면 지급해야 할 수당과 상계한 뒤 잔금만 청구하게 된다”고 밝혔다.

B생보사 관계자도 “선지급금이라는 제도는 보험설계사의 생계를 감안, 수당의 절반 정도를 미리 지급하고, 나머지를 천천히 지급한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통상적 선지급수당은 40~50%정도의 잔액을 1년 동안 지급하기 때문에 계약해지가 발생해도 어마어마한 빚더미에 앉는 일은 드물다. 퇴직하더라도 약 1년 동안 선지급수당과 환수금액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에셋생명 퇴직자의 경우 보험계약 유지에 따른 45%의 수익은 고스란히 미래에셋생명이 가져가고, 해지계약에 대한 환수만 FC에게 부여한 셈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선지급금의 55%가 미리 지급된 이후 점진적으로 지급되는 45%는 계약 유지하는 활동에 대한 수당이다”라며 “퇴사한 이후에는 계약유지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만약 같은 논리대로라면 퇴직자의 보험계약을 인수받은 FC가 잔여 수당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계약유지활동을 벌이는 FC가 받는 수당은 원래 지급됐어야 할 수당의 1/4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퇴직한 FC에게 지급돼야 할 수당 45% 중 약 34%의 행방은 고스란히 미래에셋생명의 ‘꽁돈’으로 남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이 나머지 수당의 사용처 대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황에 직원 주머니 넘보나

한편, 미래에셋생명 미지급 수당 집단소송을 두고 업계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불거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침체에 빠지니까 FC의 주머니까지 노리고 있다는 뒷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에 생보사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 판매가 많았던 탓에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다.

실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9월 지급여력비율이 128.8%를 기록해 금융당국의 자본 확충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인 보험사는 강제해산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부터 유상증자와 공덕동 사옥매각 등으로 자금을 끌어 모으는 상황. 이 과정에 미지급된 FC의 수당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것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은 “보험회사에서 FC 수당으로 지급될 사업비가 덜 지급됐다면 하다못해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상이다”라면서 “결국 미래에셋생명 주주들만 배를 불리겠다는 비도덕적 행동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