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슈퍼마켓 진출 앞둔 상도동 현장

서민사업 슈퍼마켓 “이젠 꿈도 꾸지 말어~”

2009-05-19     강필성 기자

신세계 이마트의 슈퍼마켓 진출이 목전에 왔다. 이마트 슈퍼마켓 진출 첫 번째 장소로 꼽히는 것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브라운스톤 아파트 상가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이름으로 개점하는 이곳은 기존의 점포와 달리 100평대의 소규모 점포를 표방하고 있다. 오는 7월 입점까지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상황. 이마트 슈퍼마켓 진출을 바라보는 인근 상가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브라운스톤 아파트 인근 A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최수환(가명·56)씨의 하소연이다.

A슈퍼마켓을 20년 이상 운영했다는 최씨는 최근 브라운스톤 상가에 입주하기로 예정된 이마트 에브리데이(이하 이마트슈퍼)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슈퍼마켓은 이마트슈퍼 입주예정지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다. 덕분에 직접적인 매출타격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최씨는 “사실 대기업에서 이렇게 동네 슈퍼마켓까지 먹겠다고 나서는 것은 규제가 필요한 게 아니냐”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A슈퍼마켓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도동 브라운스톤 인근 슈퍼마켓들은 대부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도동 상가는 초상집 분위기

이마트슈퍼는 최근 신세계 이마트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이마트가 1000평 이상의 넓은 부지에서 사업을 해왔다면, 이마트슈퍼는 좁은 평수에 슈퍼마켓 형식이다.

이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썩 곱지 않다. 이마트로 재래시장을 밀어낸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동네 슈퍼마켓까지 넘본다는 비판 때문이다.

기자가 찾아간 상도동 브라운스톤 아파트 일대는 빼곡한 아파트들이 이어진 인구밀집 지역이었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과 상도역 사이 도로변에 있는 브라운스톤 아파트 상가가 바로 이마트슈퍼 상도동 예정지다.

아직 상가에 임대가 차지 않아서 대부분 비어있고, 한편에서는 ‘부도상품 할인세일’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가롭게 보이는 이곳도 얼마 뒤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리란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상가 건물 1층에 매장 세 개를 이마트슈퍼에서 임대계약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근 슈퍼마켓의 표정은 곱지 않다. 도로변에서 B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혜연(가명·54)씨는 “이마트슈퍼가 들어선다는 말에 속상하다”면서 “원래 경쟁이 심했는데, 여기에 대기업이 뛰어든다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매출 급감이 우려되지만 마땅히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B슈퍼마켓 근거리에 있는 C대형슈퍼마켓은 아예 가게를 뺄 예정이다. 이마트슈퍼가 들어선다면 영업하기가 힘들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단지에 위치한 D슈퍼마켓 사장 이재동(가명·39)씨도 “당연히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이마트슈퍼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마트슈퍼의 가격정책을 아직 모르겠지만 일반 슈퍼와 비교해 어마어마한 할인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유통시장에서 정가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는데, 그럴 거면 왜 정가제도를 만들었나”라고 되물었다. 대기업 슈퍼 할인정책을 일반 슈퍼가 따라가기 위해서는 아예 망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치킨레이스’를 벌인다 하더라도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대기업 슈퍼를 동네 서민 슈퍼마켓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실 브라운스톤 인근은 그야말로 알짜 상권이다. 브라운스톤 아파트 415세대를 비롯해 옆에는 바로 신동아리버파크 아파트 2621세대가 있다.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학교, 주택가가 이어진다. 때문에 근처 슈퍼만 7곳에 이른다. 낮 시간에도 슈퍼를 찾는 사람은 적지 않다. 껌부터 음료수, 식료품 전반에 대한 유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상도동 A부동산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아 슈퍼마켓 등의 사업을 하기엔 입지가 좋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마트 슈퍼가 본격적으로 들어선다면 상권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매상 하락에 약할 수밖에 없는 영세 슈퍼마켓이다. 주택가에서 E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숙자(가명·72)씨는 “나이 먹고 근근이 슈퍼를 이어가는데, 여기에 이마트슈퍼가 들어선다면 집세도 내기 힘들다”면서 “하루 매상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여기서 더 줄게 되면 나 같은 노인은 그냥 조용히 문 닫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사실 정부가 기업편만 들고 서민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하니 이렇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네 슈퍼 전쟁 이제 시작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 슈퍼가 아니라 적은 점포 개념”이라며 “유통업계에서 이마트만 소규모 점포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런 이마트의 해명은 현지 슈퍼마켓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회장은 “슈퍼마켓은 서민들이 흔히 접근하는 사업 중 하나”라면서 “대기업의 슈퍼마켓 진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슈퍼 등 대기업의 슈퍼마켓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룰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어 “이대로 서민들이 강자의 논리에 무작정 무너진다면 대규모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굶어죽느니 싸우다 죽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서민 슈퍼마켓 사정과 별개로 대기업의 슈퍼마켓 진출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4월 기준으로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136개, 롯데슈퍼 115개, GS슈퍼마켓 111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는 오는 7월 상도동 이마트슈퍼를 시작으로 도곡동, 가락동에 이마트슈퍼를 오픈할 계획이다. 향후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동네 슈퍼 전쟁’은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