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건설산업삼부토건막장 재개발 의혹

재개발 부지 의문의 화재 세입자 쫓으려 방화

2009-05-06     강필성 기자
동양건설산업, 삼부토건의 재개발 사업이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재개발 지구 화재사건의 용의자로 용역업체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상금을 적게 주고 세입자를 쫓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방화를 저질렀다. 헌인마을 재개발지구는 지난해 재개발이 확정됐지만 세입자 및 거주자들이 불응하면서 공사가 현재까지 지연된 상황이다.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이 구설에 오른 사연을 쫓아봤다.

재개발 부지 방화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용역업체의 사주로 조직폭력배가 세입자 가게 등에 방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재개발지역이다. 이곳은 지난해 재개발 승인이 났지만 거주자들의 반발로 현재까지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거주자 일부에서는 이 배후에 시행사와 시공사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보상금 적게 주려고 방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4월 28일 가구점 6곳에 불을 지른 혐의로 폭력조직 서방파의 조직원 임모씨 등 3명을 구속했고, 달아난 이모씨를 지명수배 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주고 방화를 교사한 혐의를 받는 용역업체 공동대표 방모씨, 김모씨도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용역업체는 2005년 11월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 시행사 아르웬과 55억원을 받고 철거용역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들은 보상금을 적게 낼 목적으로 방화를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역업체 직원 임씨 등은 3억5000만원을 받고 2006년 7월과 11월 두 차례 김모씨 등이 운영하는 가구점 6곳에 불을 질러 점포 내 가구를 모두 태우는 등 모두 18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화재로 상품이 전소하면 피해액의 70%에 해당하는 보험금만 받을 수 있을 뿐, 점포 철거에 따른 이주비나 영업보상비, 권리금 등 재개발 보상비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철거민과 경찰의 대립으로 6명이나 사망했던 용산 재개발 사업은 수용방식 개발이라 상가 세입자들에게 3개월치 영업이익 보상이라도 해줬다. 하지만 헌인마을 가구단지는 ‘주민제안개발방식’이라 그마저도 없다. 이주비 명목으로 3.3㎡당 4만7000원을 보상하는 게 전부다. 게다가 이마저도 방화를 통해 지급하지 않으려고 했던 셈이다.

이들의 범행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임씨 일당은 2006년 6월 점포당 1~3억원의 권리금 보상을 주장하며 이전을 거부하는 입주자 대표 한모씨의 승용차를 일부러 뒤에서 들이받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서다. 임씨 일당은 방화 당일 새벽 몰래 입원한 병원에서 빠져나가 불을 내는 등 치밀한 범행을 저질렀다.

게다가 이 사건과 별도로 가구점 3곳을 방화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된 용역직원 연모씨 등 3명도 용역업체 대표 방씨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헌인마을의 11건의 화재사건도 용역업체가 관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화에는 석연찮은 구석도 있다는 것이 거주민들의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입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은 용역업체의 업무와 무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헌인마을 방화사건 배후에 시행사와 시공사가 있다는 주장이 관측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헌인마을 시공은 동양건선산업과 삼부토건이 맡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이같은 일을 저지르는 배후에는 조합과 시공사의 재개발 이익이 걸려 있다”면서 “구체적 증거가 잡히지 않았을 뿐 철거용역이 시공사와 시행사의 이익을 대변해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원래 철거용역들이 방화를 저지르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일이다”라며 “방화라는 것이 뚜렷한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적발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피해자들은 건설사와 조합이 방화행위에 관여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공사지연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용역업체와 모종의 계약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재개발지역에서 이유 없이 치솟는 불길은 꽤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애당초 철거될 건물이고, 대부분 주민이 퇴거한 터라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대부분 사고로 치부되고 증거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설사 “모르는 일” 일축

때문에 헌인마을의 방화사건이 막무가내 재개발에 제동을 걸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시공사 동양건설산업 및 삼부토건 관계자들은 “건설사와 전혀 상관없다”고 입을 모았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방화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시공사에서는 현재 철거가 안 돼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동양건설산업 측도 “해당 사건과 회사는 무관하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시공사 관여됐다는 의혹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인근 한 주민은 “용산참사처럼 누군가 죽어야만 세상에서 관심을 갖고 세입자들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2월 용산참사는 철거민과 시행·시공사의 갈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내곡동 헌인마을을 두고 벌어지는 세입자와 시행·시공사의 분쟁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방화범, 김영삼 전 대통령 사위 집에도 쳐들어갔다

지난 4월 28일 검거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재개발단지 방화사건으로 구속된 철거용역업체 김모 대표와 달아난 공범 이모씨는 1월 경기 광주시에서 발생한 ‘김영삼 전 대통령 사위 집 습격사건’의 주범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들은 김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모씨의 자택에 굴착기를 세우고 30여 명과 함께 침입해 “지하 벙커에 보관된 비자금을 내놔라”라고 협박했다. 이들은 황당하게도 ‘비자금 회수 임무를 맡은 UN 178개국 국제금융수사단’을 사칭했다. 이 때문에 집주인 이씨의 구조 요청으로 출동한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도 한차례 철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은 대범했다. ‘정부의 특수 임무’라며 20대 청년들 28명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을 정도. 하지만 그들이 전직 대통령의 사위를 폭행해 코뼈를 부러트리고 손에 쥔 것은 10만원짜리 수표 석장과 김 전 대통령의 사진 액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