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업계 소문난 황우석 테마주 실체
코스닥 업체 황우석 이름 팔아 주가 작업‘논란’
2009-05-06 강필성 기자
황우석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6년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과학계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여전히 줄기세포 연구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이름이 유명한 곳은 코스닥 시장이다. 황 박사가 관련된 바이오 업체의 주가가 ‘황우석 테마주’로 인기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황우석 테마주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폐지를 당하면서 적잖은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황우석 테마주의 실체를 짚어봤다.
주주총회가 몰려 있는 지난 3월, 일부 코스닥 기업 사이에서는 독특한 유행이 번졌다. 저마다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이다. 심지어 이미지 제고를 이유로 사명을 바꾼 곳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추가한 사업목적은 바로 바이오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황우석 박사다. 그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일부 바이오 업체들은 황 박사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맺으면서 황 박사 테마주로 떠올랐다.
쪽박 차는 황우석 테마주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 허위논문 논란 등으로 지난 2006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세계 최초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를 발표하여 전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하지만 불치병 치유의 길이 열리기 기다리던 국민의 기대는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는 검찰로부터 위조, 허위논문, 투자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황 박사가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당시 황 박사는 수년간의 잠적기간을 깨고 직접 바이오 법인 에이치바이온을 설립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황 박사에 대한 기대감은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로 양산되는 상황이다.
코스닥을 주름잡던 황우석 테마주로 불리던 뉴켐진스템셀은 지난 4월 23일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이보다 하루앞선 22일 또 다른 황우석 테마주, H1바이오도 상장 폐지됐다.
올 초만 해도 이들의 주가(1월9일 기준)가 각각 115원, 1035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주주들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휴짓조각이 된 주식은 정리매매기간에 10%도 안 되는 가격으로 거래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모두 황우석 테마주의 핵심으로 꼽혔다는 것이다. 뉴켐진스템셀은 지난해 12월 에이치바이온 지분 5.4%를 취득하겠다며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황우석 박사와 함께 바이오 강국을 만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지난 3월 주총에서 신약개발사업, 신약의 제조 및 판매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다. 하지만 한달도 못돼 결국 매출액 조작 등 의혹이 불거지며 상장 폐지됐다.
H1바이오의 로빈 칼 대표이사도 개인적으로 에이치바이온 지분 5.67%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개인적 친분으로 황 박사에게 투자한 만큼 황우석 테마주에서 H1바이오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증권거래소 실질심사 결과 상장 폐지됐다.
그밖에 황우석 테마주로 꼽히는 것은 황 박사를 후원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하 수암재단)의 박병원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티큐브, 황 박사 장모 박영숙씨가 지분 5.3%를 보유한 제이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렇다 할 사업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을 통한 우회상장설이 종종 주식시장에 나돌지만 늘 소문으로 그칠 뿐 이들은 에이치바이온과 지분관계나 사업관계가 전무하다.
상황이 이쯤 되니 황우석 테마주를 보유한 소액주주사이에서 “황우석 테마라는 것이 성립하긴 하는 것이냐”고 한탄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이치바이온은 현재 구체적 사업 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 확인 결과 에이치바이온은 설립 1년이 다되도록 사업은커녕 독자적 사무실도 없는 상태다. 오히려 사무실 앞는 수암재단 간판만 걸려있다. 해당 사무실은 에이치바이온 설립 이전까지 수암재단의 사무실로 사용 됐는데 에이치바이온 설립 이후에도 별도의 분할 없이 같은 사무실에 섞여있다. 기자의 방문에도 수암재단 직원들이 나올 뿐, 에이치바이온 직원은 나와 보지도 않았다. 대표이사인 황 박사도 대부분의 시간을 수암재단 연구실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 사이에서 “주식시장에서 황우석 이름값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황 박사는 학술적 성과를 발표한 사실이 전무하다. 지난해 수암재단에서 애완견 복제가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사실상 줄기세포 연구와는 무관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연구 재개가 쉽지 않을뿐더러, 다른 연구를 통해 바이오 주의 기대를 실현하리라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황 박사에 대한 기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현재 차병원 연구팀만이 지난 4월 유일하게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황 박사는 관련 연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황 박사가 연구활동을 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2007년 연구허가를 신청했으나 윤리적 이유로 불허했다. 업계에서는 연구가 이미 논문조작이 드러난 황 박사에게 허가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황 박사의 재판 1심이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황 박사의 논문 중 1번 줄기세포가 진짜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이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연구, 상용화까지의 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황 박사의 에이치바이온이 시장에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넘어야 하는 난관이 산적해 있는 셈이다.
줄기세포는 아직 뜬 구름
증시 전문가들 역시 현재로서 황우석 테마주에 가치를 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기대감만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테마종목은 일단 의심을 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잘못된 기대감만으로 ‘빛 좋은 개살구’ 종목에 잘못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줄기세포를 보유하지도 않고 이를 연구한다는 사업목적만 추가해 그럴듯하게 줄기세포 개발업체로 홍보하는 곳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