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 논란
“재벌은 유전무죄? 서민은 무전유죄”
2010-08-03 이범희 기자
정치권에서 ‘전과’는 일종의 훈장이다. 군부정권 시절 학생운동 등 사회운동에 적극적이었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 바깥으로 나가면 이같은 경력은 흠집으로 남는다. 전과자의 취업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일부 경우에는 낙인처럼 범죄경력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유독 예외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벌가다. 재벌총수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했을 리도 없건만 이런 ‘전과’를 보유한 총수는 적지 않다.
비자금·뇌물로 얼룩진 재벌가
재벌가의 ‘전과’는 대체로 기업 운영과정에 비자금을 축적한 혐의에 집중돼 있다.
재벌총수가 기업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을 내부에서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김우중 회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심하다. 그는 한때나마 재계를 아우르는 선봉장에 서 있던 인물이다.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을 당시는 엄청난 경제효과를 낸 인물로 평가되기도 했다. 현재도 대우그룹에 대한 지지를 보이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그는 추징금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1000억 원대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2008년 9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대우그룹을 공중분해시킨 수십조원의 분식회계와 횡령, 사기대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서도 이에 병과된 추징금을 내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년간의 방랑자의 생활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죄질도 나쁘거니와 이미 3번이나 사면 받은 경력이 있는 상습적인 범죄자에게 4번째 특별사면이라는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번 특별사면에는 이학수 삼성 고문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포함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학수 고문은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생 사건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지난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김준기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싸게 매입하는 등 부당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등도 사면 건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은 논평을 통해 “그간 경제발전에 공헌할 바가 크다는 이유로 사면을 요청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범죄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호의호식하며 편하게 지내왔다”며 사면복권 거론 대상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또한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비판 여론이 시들해지면 다른 기업인들도 사면 대상으로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광복절을 계기로 김우중 전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범죄자들에게 또 다시 ‘사회통합’이나 ‘경제기여’등의 명분을 분칠하여 면죄부를 발부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며 “정부가 또 다시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면권 남용’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들은 광복절 사면과 관련해서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월 20일 “법무부가 실무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지만 청와대 차원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특사 여부나 특사 대상 등에 대해서 현재까지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