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재계 총수들 줄소환 임박
‘잠 못 이루는 10월’이 괴로워
2008-10-13 조경호 기자
10월 6일 국정 감사가 시작됐다.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국감에 무더기로 기업인들을 증인에 채택되어 진통을 겪고 있다. 10대 그룹 전 현직 총수와 CEO들이 대부분 증인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국회 의원실 마다 민간기업의 문의와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 마다 총수의 국감 증인 출석과 무리한 정보자료 요구에 대해 불만이 거세다. 그런데도 자칫 잘못 눈에 거슬리면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불만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 출석 문제 등 기업과 관련 이슈화될 문제를 알아본다.
기업의 총수들이 국정감사에 떨고 있다.
10월 6일부터 20일 동안 시작되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재계 총수들은 잠 못 이루며 국감을 준비해야 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30여명의 증인 가운데, 50여명이 기업인이다. 10대 그룹 대부분 CEO와 그룹총수들이 국감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경련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통령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기업인 소환에 나서는 이유는 10년 만의 정권 교체가 원인.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치러지는 국감을 통해 양측 모두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런 저런 비리 이유를 들어 기업인 소환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시절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증폭되는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AK캐피탈로비사건,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의혹 등을 제기해 야당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질세라 민주당도 대통령 4촌 처형인 김옥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 인천공항의 매쿼리 매각설, 주가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공격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감 기싸움은 용호상박을 연상시킬 만큼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무위, 공정위 국감 통해 가격담합 등 조사
지난 10월 1일, 정무위원회는 79명을 국감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키로 합의했다. 이중 26명이 기업인이다.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을 통해 윤여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사장, 조남홍 기아자동차 사장 나완배 GS칼텍스 사장, 김준호 SK에너지 CIC 사장,김준영 해태음료 대표.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이사 등 26명이다.
정무위는 윤여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장, 조남홍 기아자동차 사장 등 자동차업계 4개사 CEO들을 추궁해 '가격 담합 및 국내외 가격차이 문제''납품 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한 나완배 GS칼텍스 사장, 김준호 SK에너지 CIC 사장 등을 소환해 정유 4사가 기름값 답합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지난 6월, 정유 4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통해 정유 업체들의 기름값 담합 등 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정유 업체들이 우윌적 지위를 이용해 주유소에 자사 제품의 판매만을 강요하거나, 국제유가 급등에 편승해 판매가격을 부당하게 올린 의혹들에 대해 조사를 벌인바 있다.
김준영 해태음료 대표이사 등 3개 음료업체 CEO들을 증인 명단에 포함시켜 '음료시장 덤핑 판매 및 소수 노동자에 대한 부당 행위' 등을 캐겠다는 계획이다.
정무위는 백화점업계에 고질적인 납품업체 관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등 백화점 3사 CEO들도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는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키코(KIKO) 관련 피해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신한 하나 외환 한국씨티 SC제일 등 5개 시중 은행장을 증인대에 세우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선 이상휘 AIG생명 사장과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부르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금감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김영주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등이 증인으로 결정됐다. 특히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효성그룹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경련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통령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등에 대한 맹공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가가 이번 국감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멜라민 수입식품 관련 해태·롯데 CEO조사
보건복지가족위는 멜라민 제품에 대한 수입제품 문제를 놓고 강도 높은 국감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멜라민이 들어간 중국산 수입식품과 관련해 윤영달 해태제과 사장, 김상후 롯데제과 사장 등 식품업계 기업인 10명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식경제위에서는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과 조봉현 한국플라스틱공업연합회 회장(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도상철 농수산홈쇼핑 사장(계약 불이행),허창기 신한은행 부행장(키코 피해),이종휘 우리은행장(호남지역 조선업체에 대한 대출)이 증인으로,윤용로 기업은행장(해외 진출 중소기업 대출)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이 밖에 김정중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조근식 현대아산 사장 등도 증인 및 참고인에 포함됐다.
농림수산식품위에선 김징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와 김홍국 하림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인들은 두세 군데 상임위에서 중복 호출 당하기도 한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사장은 인천공항공사 매각과 관련해 정무위와 국토해양위 후보 리스트에 올랐고,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금융위기와 관련해 정무위, YTN 주식 매각과 관련해 문방위에 모두 나올 판이다.
국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국감 증인석에 서는 것 자체를 꺼려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데다, 증인 명단에서 빠지게 되더라도 의원은 기업에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무차별 증인 신청이 이뤄진다"고 했다.
현재 거론되지 않은 기업인들도 소환도 점쳐지고 있다. 해당 상임위의 감사일정 7일전에 신청을 하면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민간기업 관계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는 근거는 국정감사법 제10조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누구든지 국회 상임위가 의결하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조항이 근거이다. 이 같은 무분별한 증인 신청에 대해 정·재계 일각에선 국민의 대표권을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일각에선 “국회가 기업 활동을 돕기는커녕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경제 활성화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국회가 민생 국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과거 유신시대에나 가능했던 ‘기업 길들이기’식의 국감은 사라져야 한다. 규제를 풀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경제 활성화를 주도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