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 노조 백기투항 전말

“다함께 살자” 아름다운 마침표

2008-09-26     박지영 기자
알리안츠생명보험 노사가 8개월 이상 지속된 파업을 종결하고 2년간 무쟁의를 선언했다. 알리안츠생명 노사 양측은 지난 9월 12일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서 만나 임금 5% 인상과 당초 파업의 단초가 됐던 성과급제를 도입한다는 데 합의했다. 논란이 됐던 노조지부장 등 3명에 대한 형사책임은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했다. 단, 파업과 관련해 계류 중인 사건은 노사 쌍방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올해 초 알리안츠 사측의 성과급제 도입 발표에 노조가 반발, 촉발된 알리안츠생명 노사 분규는 올 1월 파업에 들어가면서 악화됐다. 그동안 벌어졌던 노사 간 갈등일지를 알아봤다.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애당초 성과급 문제가 빌미였다. 노사합의로 성과급을 정하기로 하고도 일방적으로 회사 측이 강행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노사 간 신경전은 결국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성과급 문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점장들의 노조가입 문제와 파업참가 △노사 간 맞고소 취하여부 △무노동 무임금 관철여부 등이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디 누가 먼저 나자빠지나 한번 해보자’는 식이다.


알리안츠 노조 파업일지

지난 1월 23일 정면 돌파를 선언한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제일 먼저 정문국 사장을 비롯한 핵심간부들의 목을 조였다. 노조로부터 퇴진압력을 받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몇몇 임원은 갖가지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까지 당했다.

심지어 모 임원은 조합원 조문 후 지역간부 8명과 고급 룸살롱에 갔다가 심판대 위에 서기도 했다.

노조의 맹공에 사측도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 7월 26일 사측은 용역 수 십 명을 고용해 노조의 천막을 강제 철거 했다.

이날 새벽 5시 40분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천막농성을 벌이던 알리안츠생명 노조원들과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사이에 몸싸움이 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 150여명은 이날 새벽 갑자기 농성장으로 쳐들어와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조합원 15명은 신발도 못 신은 채 밖으로 끌려 나와야만 했다.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인 28일 노조가 천막이 있던 자리에 컨테이너 박스와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용역업체 직원 150여명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권모씨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등 현장에 있던 조합원 250여명 중 3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겪었던 처참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반 년 넘는 투쟁 과정에서 모은 투쟁물품들도 모조리 빼앗기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 노조에 따르면 이날 도난당한 피해물품은 집회에서 쓰는 음향기기와 현수막·전단지를 비롯해 선풍기·난로·생수기 등 생활물품까지 다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양측에게 남은 거라곤 아물지 않는 상처뿐이었다.

사측으로선 알리안츠생명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혀 회사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물론, 그동안 1650억원의 매출감소와 25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영업망이 무너진 것도 엄청난 손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피해를 보면서도 회사 측은 확고했다. 지점장은 관리자이기 때문에 노조원이 될 수 없고, 노조가 회사 측에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이러한 사측의 확고한 버팀에 결국 노조는 백기투항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써 사측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위원장 등 3명의 간부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로 한 내용을 노사 간 합의문에 포함시킨 것은 물론, 무노동 무임금 부분도 자신의 주장대로 관철시킬 수 있었다.


234일 만에 극적인 화해

정문국 알리안츠생명 사장과 전국사무금융연맹 전대석 수석부위원장 등은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서 만나 9월 11일 오후 7시부터 12일 오후 1시30분까지 집중 교섭을 벌인 끝에 12일 회사의 성과급제 수용을 골자로 한 노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알리안츠생명 노사는 ▲회사의 성과급제 수용 ▲기본급 인상 차등폭 축소 ▲2008년 임금 기본급 기준 5% 인상 ▲파업지도부의 형사 책임은 법원 판결에 따름 ▲파업참여자 인사상 불이익 금지 ▲노동관계법상 고용안정 보장에 합의했다.

노사는 또 앞으로 2년간 쟁의를 하지 않겠다는 ‘산업평화 선언’을 하고 ‘산업평화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파업기간 임금의 일부를 보전하기로 했다.

한편 회사와 해고지점장(91명) 대표들은 지난 9월 10일 회동을 갖고 지점장들이 그동안의 행동을 반성하고 이해를 구하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조건으로 전원 복직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