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 '산체스-안우진'의 어깨에 달려있다

선발투수 '브리검-김광현' PO 1~4차전, 양 팀 퀄리티스타트 없어 5경기 15이닝을 던진 '안우진'...1, 3, 4차전만 짧게 던진 '산체스'...체력상 산체스 우위

2018-11-02     신희철 기자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넥센-SK의 플레이오프가 결국 5차전 끝장 승부까지 왔다. SK가 1, 2차전을 모두 가져갔을 때만 해도 SK의 코리안시리즈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SK는 고척에서 열리는 3, 4차전 단 한 경기만 이기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4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갖게 될 터였다. 하지만 넥센이 친 배수의 진 전략은 무서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부진했던 한현희가 3차전에서 호투를 펼쳤다. 4차전에는 샌즈가 팀을 살렸다. 팀 안타 5개 중 4개가 샌즈의 작품이었다. 넥센의 투자와 끈기로 인해 플레이오프는 이제 외나무다리 단판 승부가 됐다. 2일 오후 6시 30분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양 팀은 건곤일척의 대결을 남겨두고 있다.

 

5차전에서 주목할 점은 역시 불펜의 핵심인 앙헬 산체스(29·SK 와이번스)와 안우진(19·넥센 히어로즈)이다. 포스트시즌 들어 '불펜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는  산체스와 안우진의 공 하나하나가 한국시리즈행 티켓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0㎞ 강속구 대결도 주목된다. 플레이오프 1~4차전에서 SK와 넥센의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양팀이 2승2패로 맞서며 승부가 5차전까지 오는 사이 매경기 불펜 활약상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이런 불펜 싸움의 한가운데 서 있는 존재가 바로 산체스와 안우진인 것이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산체스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4월 한 달 동안 6경기에서 패배없이 3승, 평균자책점 2.13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막판 구위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9월 이후 5경기에서 16.2이닝을 던지며 승리없이 2패, 평균자책점 10.26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시즌 초반 구위를 되찾았다. SK 불펜 핵심 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계약금 6억원을 받고 넥센에 입단한 안우진은 정규시즌에 20경기에서 2승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7.19에 그쳐 '대형 신인'이라는 기대를 무색케 했다. 하지만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대물'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넥센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3, 4차전 승리의 중심에 안우진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플레이오프 1, 3, 4차전에 나란히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에서 8-8로 맞선 9회초 등판한 산체스는 0.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 투수가 된 반면, 3-5로 추격한 5회말 무사 1, 2루의 위기에 등판한 안우진은 김성현에게 좌월 3점포를 맞는 등 1이닝 2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산체스는 3차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5회말 1사 1, 2루의 위기에 선발 박종훈의 뒤를 이어 등판, 1.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안우진은 7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차전에서 산체스와 안우진의 투입 시기는 비슷했다. 산체스는 팀이 0-2로 끌려가던 5회말 선발 문승원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이에 앞서 안우진이 5회초 무사 1루 상황에 등판했다. 산체스는 삼진 2개를 곁들여 1이닝을 삼자범퇴로 끝냈지만,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안우진은 4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눈부신 역투를 선보여 승리 투수가 됐다.

 

산체스는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지며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삼진은 무려 4개를 솎아냈고,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으며 안정적인 제구를 선보였다.

 

안우진은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체력이다. 산체스가 힘이 더 많이 남아있다. 산체스는 정규시즌을 마치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했다. '휴식'이 자신에게 약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1, 3, 4차전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도 않았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산체스를 1이닝만 투입한 것에 대해 "산체스가 처음으로 연투를 하는 상황이어서 무리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정규시즌 내내 선발로 뛴 산체스가 5차전에서는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다.

 

반면 안우진은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무려 15이닝을 소화해 힘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4차전에서 4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는 50개다. 안우진은 "등판한 다음 날은 솔직히 조금 피곤하다. 하지만 일단 마운드에 올라가면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4차전을 마친 뒤 "하루를 쉬고 안우진의 몸 상태를 체크해 등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규시즌에는 선수들을 최대한 무리시키지 않는 장 감독이지만, 한 경기 승부로 시즌을 끝낼 수도 있는 최종전에서 안우진을 필요할 경우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4차전처럼 긴 이닝은 아니어도 1~2이닝 정도를 맡길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투입 시점은 양팀의 에이스 SK 김광현, 넥센 제이크 브리검의 투구 내용에 달려있다. 또 양팀 사령탑이 이들의 투입 시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도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